할인율 높이고 한도액 늘리자
수요 폭증…전년보다 20% ↑
차익 노리는 악용 사례 우려도
실태조사·제도개선 대책 필요

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이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일부 판매처에서 조기 소진되는 바람에 상품권을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온누리상품권 판매 증가를 두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높은 할인율을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부정유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기보다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산 뒤, 현금으로 제값을 돌려받는 '상품권깡' 등 불법행위가 성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누리상품권, 없어서 못 팔아요" =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 21일부터 31일까지 상시 5%였던 구매 할인율을 10%로 높였다. 개인 구매 한도액도 기존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판매를 시작한 21일부터 지역 곳곳에서 '온누리상품권 대란'이 나타났다. 혜택이 늘어나면서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30일 창원지역에서 '온누리상품권 소진되었습니다' 안내를 붙인 은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전통시장 인근 은행은 전량 동나는 등 상품권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다. 은행을 찾은 사람들은 헛걸음하기 일쑤였다.

창원지역 전통시장 인근 은행은 "상품권 할인 판매를 시작한 당일 오전 상품권 전량 소진했다"며 "오늘 추가 입고됐는데 오전에 벌써 반 이상이 팔렸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할인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이틀 만에 조기 소진되면서 재고 문의전화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온누리상품권 특별할인 기간 마지막 날인 31일에 물량이 재입고된다는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전보다 할인율 한도가 높다 보니, 전통시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보려는 고객들이 늘어났다"며 "혹시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 미리 전화를 하고 방문하라"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이 인기를 끌면서 경남지역 온누리상품권 판매액도 늘었다. 경남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30일 현재 온누리상품권 413억 원을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2월 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설 특별할인 기간에 판매된 343억 원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온누리상품권은 5000원·1만 원·3만 원권으로 발행되며 60% 이상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경남은행·농협·신협·우리은행·국민은행 등 전국 14개 금융기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 구매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현금으로 사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내에서는 9500여 개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 많은 상품권은 어디로? = 온누리상품권을 현재 없어서 못 산다는 이야기에 창원지역 한 상인회 관계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는 손님이 많다"고 하면서도 "그 많은 온누리상품권을 과연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데 제대로 사용했는지 궁금하다"며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온누리 가맹점주들이 상품권을 은행에 가져오면 액면가 그대로 환전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차액 10%가 고스란히 남는다는 걸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가 제3자를 동원해 상품권을 사고, 이를 다시 은행으로 가져가 현금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표적인 부정유통 사례다. 이른바 '현금깡'으로 상품권을 싸게 대량 구입해 환전을 통해 차익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맹점주는 온누리상품권을 직접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됐다. 이에 지인이나 가족을 동원해 구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맹점주만 아니면 가족이라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실제 경남중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물품 거래 없이 수취한 상품권을 환전하거나 비가맹점주의 부탁을 받아 대신 환전한 사례가 14건에 이른다. 경남중기청은 경중에 따라 최대 6개월 가맹점 등록 취소했다.

정부는 상품권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고자 현장 대응반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동하고 있다. 적발 시 가맹취소나 최대 20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전 방지는 상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양심에 맡기는 수준이다. 유통단계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주에게는 별다른 확인을 거치지 않고 환전을 해주는 것 또한 문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온누리 가맹점 사업자 등록증만 있다면 누구나 수수료 납부 없이 환전할 수 있다"며 "실제 물품을 팔고 받은 상품권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부정유통을 원천 차단하는 등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품권이 부정유통되면 정작 전통시장 물건은 팔리지 않는다"며 "온누리상품권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세금만 축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신고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극적인 실태조사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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