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장
얼마 전까지 내 고민은 한반도 긴장 완화였어.
하지만, 아내 갱년기와 딸 사춘기가 겹치면서
위기는 DMZ가 아니라 우리 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
최근 딸과 아내가 티격태격하면
우리 집 평화는 또 위태롭고 위태로워.
"네가 엄마와 말다툼하면 아빠는 누구 편들어?"
딸에게 물었는데 한참 말이 없어 오히려 놀랐어.
평소 딸 스타일이라면 나보고 판단하라 할 줄 알았거든.
"내 편을 들면 좋지.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잖아."
딸이 '무조건 내 편'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어.
계속 그럴 수 없다는 말에서 양심도 엿보였고.
이제 평화 사절단은 아내에게 물어보려고.
2. 공적(公敵)
공적(公敵)이 내부 결속력을 강화한 사례는 인류사에 차고 넘쳐.
그런 점에서 최근 딸이 친구와 벌이는 갈등이 꽤 반가웠고.
싸움은 피하는 게 좋지만 이왕 시작했다면 이겨야지.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걔가 또 따지면 어떡해?"
"네 할 말만 차분하고 야무지게 하고 딴 데 쳐다보면서 상대도 하지 마.
걔는 열불이 나서 아마 속이 터질걸."
사춘기와 갱년기로 소강상태이던 모녀 관계가
공동전선을 펼치며 회복하더군.
아울러 아내는 싸우면 참 피곤한 상대라는 것도 다시 확인했어.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