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소각장 갈등은 공약 번복 후유증
강행보다 반대측 더 설득하는 게 순리

소리(음성) 언어인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할 도구다. 예나 지금이나 말을 함부로 했다가 화를 자초하는 사례는 '쇠털'만큼이나 많다. 말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화복'이 따른다.

김해시가 추진하는 장유소각장 증설 문제가 '말의 꼬리'에 걸려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장유소각장은 증설을 추진하는 시와 '이전만이 해법'이라며 이전을 요구하는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갈등으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는 증설을 강행할 태세고, 반대 측은 증설 저지를 위한 지지자 결속에 나서 마치 창과 방패를 든 '검투사'들이 결투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소각장 갈등 요인은 지난 2014년 김맹곤 전 시장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김 시장은 "소각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허성곤 시장으로 이어졌다. 2016년 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허 시장은 후보시절 김 전 시장의 소각장 이전 공약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가 당시 이전의 필요성을 체감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선거캠프에서 한 일(공약)인지는 모르지만 책임은 허 시장이 질 수밖에 없다.

공약사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때와 지금 사정이 달라졌고, 공약 이행보다는 번복하는 것이 도움된다면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공약 미이행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허 시장은 현재 공약 번복에 따른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소각장 증설 찬반 갈등을 끝내고자 최근 장유주민들에게 소각장 증설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이전 공약을 번복하게 된 데 대해서는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약발은 먹히지 않았다. 갈등조정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처지에 시가 소각장 증설을 강행한다면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갈등을 최소화할 최선책은 양측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각장 증설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양측 간의 고소·고발 건 취하와 현재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백지화해야 한다. 이후 투표결과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시민참여형 투표'를 시도해봄 직하다.

양측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서로 '강행과 반대' 주장만 내세운다면 장유소각장 문제는 결국 공권력 개입이 불가피해진다. 이 지점에서 장유소각장 증설문제가 흡사 경북 성주 사드설치 문제와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은 '기우'일까.

허 시장은 원하든 원치 않든 반대 측 주민들과 소통하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반대 측과 대화를 할 만큼 했다며 배를 내밀어서도 안된다. 상처를 낸 자가 상처 입은 자를 먼저 보듬는 것은 정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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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소각장 문제를 접하면서 아무리 문장이 파괴되고 단어 축약으로 말(언어)이 분·단절되는 세태라지만 말의 조심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금강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싯바늘에 걸린 작은 오징어 미끼를 삼키려다 걸려드는 바다 참치 신세는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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