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절반 이하" 울상
마산만 방재언덕 공사·긴 불볕더위 원인 지목

한창 제철을 맞은 장어가 혹독한 더위에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여름 대표 보양식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장어집을 찾는 손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특히 지역 먹을거리 명소인 마산어시장 장어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돌 정도다. 예년 같으면 7~8월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한창 활기를 띨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점심때가 지나도록 마수걸이도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마산어시장 장어거리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거리는 푹염 기세에 눌려 지나다니는 사람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전 11시 20분쯤 폭염특보를 알리는 방송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뜨거워졌고,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점심때인 12시가 다 되도록 장어집은 텅 빈 채, 직원들만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 여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20일 마산어시장 장어거리 모습. 장어가 제철을 맞았지만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문정민 기자

6월부터 9월까지 장어 제철을 맞아 소주 2병 무료 제공 이벤트를 내세운 한 상인은 매출이 예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는 평일 점심때 자리가 없었다. 저녁에도 불야성을 이뤘다. 지금은 사람 구경하기도 어렵다"며 "한여름이 최대 대목인데 올해 장사는 망쳤다"고 말했다.

매출 급감으로 가게 세를 제대로 못 내는 상인도 있었다.

4년째 장어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그는 "예전 같으면 장어가 없어서 못 팔았는데, 지금은 물량이 남아도는데도 못 팔고 있다"라며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하루에 손님 4팀만 받을 때도 있다. 최악의 적자다. 옆 가게는 빚만 지고 나갔다. 우리 역시 가게 세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상인들은 올해 유난히 타격이 큰 원인으로 불볕더위와 마산만 방재언덕 공사로 말미암은 매립을 꼽았다. 마산어시장 장어구이 거리는 해안가를 따라 장어구이 가게가 줄지어 들어섰다. 여름이면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장어를 먹는 맛으로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마산만 매립 공사가 시작되면서 1~2년 사이 문을 닫은 가게가 7곳에 달했고, 업종을 변경한 곳도 3곳이다. 한때 20여 곳 장어집으로 성황을 이루던 장어거리 명맥을 유지하는 가게가 현재 15곳도 안 되는 실정이다.

매년 여름 건물 옥상에 야외 테이블을 설치했다는 한 상인은 "올해는 옥상을 아예 개방하지 않았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 테이블 설치를 하나 마나였다"며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줄 알고 찾았다가 콘크리트로 매립된 걸 보고 실망한 손님이 많다. 다음에는 바닷가에 있는 가게로 가야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김동수 장어거리번영회장은 "경기도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볕더위까지 지속하면서 고사 직전까지 이르렀다"며 "장어집은 최고 바쁜 시기인 8월인데 빨리 공사가 마무리돼서 예전 활기 넘치는 장어거리 명성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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