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탕·찌개 판매급락 "불경기에 무더위 이중고"
차가운 요리·보양식 불티 "작년 여름보다 매출 증가"

푹푹 찌는 가마솥 더위에 상인들이 울고 웃는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음식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남 대표적인 번화가 성산구 상남동의 점심때는 식당 메뉴에 따라 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밀면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보양식 대표 주자인 삼계탕, 백숙, 장어구이, 장어국을 주 메뉴로 내세운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며 여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해장국, 감자탕, 국밥, 짬뽕, 김치·된장찌개 등 주로 뜨끈한 국물이 담긴 탕·찌개 음식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을 지닌 '이열치열'은 통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정오 무렵. 대끼리 상남시장에 있는 국밥집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10년째 국밥집을 하고 있다는 최 모(61) 씨는 빈 그릇을 닦으며 언제 올지 모를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무더위까지 덮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려고 새벽 6시 30분부터 이른 장사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그릇에 국밥을 채울 일이 없다.

맞은편 해장국, 감자탕, 김치·된장찌개를 파는 식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인 테이블 3개가 겨우 놓인 식당은 텅 비어 있다. 1년 전 문을 열었다는 이 모(54) 씨는 하루에 10그릇도 팔기 어렵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날씨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해장국을 찾는 이의 발길이 뚝 떨어졌다. 날씨 때문에 업종을 바꾸기도 여의치 않다. 그저 선선해지는 가을, 겨울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상남동에서 15년째 한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중국집도 올여름은 유난히 힘들다.

중국 음식 대표격인 짬뽕, 우동, 자장면 등 뜨끈한 메뉴가 대부분이어서 단골손님이 아니고서는 주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날 역시 점심때인 12~1시 사이에만 바짝 음식을 배달했다. 그마저도 1시가 지나자 주문이 뚝 떨어졌다.

불볕더위가 이어진 지난주는 상황이 더욱 나빴다. 음식을 주문하는 전화 횟수가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땀을 흡수할 겸 머리에 수건을 둘러쓴 이 모(64) 씨는 주방 한편에 앉아 창문 너머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작열하는 태양빛에 그의 속도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

지독한 폭염에 울상 짓는 상인과 달리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반가운 이들이 있다.

시원한 밀면은 여름 별미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상남동 한 밀면집은 점심때 이전부터 식당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인근 상가에 있는 밀면집 역시 직장인 등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여름 몸보신 하면 으레 떠올리는 삼계탕, 백숙, 장어구이, 장어국은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6년째 삼계탕, 백숙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성 모(53) 씨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주방에서 불과 싸우느라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도 신이 난 표정이다.

올여름 너무 더운 나머지 행여 손님 발길이 줄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초복이었던 지난 17일, 60평 규모 음식점은 장사진을 이뤘다. 가게 문을 연 오전 11시부터 쉴 틈 없이 삼계탕과 백숙을 끓이고 나르며, 문을 닫는 밤 10시까지 손님을 맞았다.

이날 저녁에도 예약이 가득 차 더는 손님을 못 받을 정도라고. 덕분에 비수기인 겨울에 비해 매출이 5~6배 급증했다. 지난해 여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매출이 올랐다.

제철 맞은 장어집도 불티 난다.

점심때가 지난 오후 2시. 한바탕 손님을 치른 장어요리 전문점에는 직원들이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13년간 장어요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 모(71) 씨도 장어국에 밥 한 숟가락을 말았다.

그는 성수기에 바짝 벌어야 비수기인 겨울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밥을 먹는 와중에도 틈틈이 주방을 드나들며 재료 관리를 했다.

낮엔 장어국이, 밤엔 장어구이가 주로 팔린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저번 주 매출이 전주보다 20%가량 올랐다. 지난겨울에 비하면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기승을 부리는 찜통더위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가볍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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