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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직업인]로푸드(Raw Food) 만드는 요리인 정화영 씨

하루 한 끼, 효소가 살아있는 채식 요리 어떠세요?

서정인 기자 seoing@idomin.com 입력 : 2018-05-01 11:35:38 화     노출 : 2018-05-01 11:47:00 화

채식에 대해 검색하다 알게 된 단어 '로푸드'. 생소했다. 단어 그대로 'Raw(익히지 않은, 원자재의)'한 음식을 말한다고 했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채식 재료를 45도 이상 온도를 가하지 않고 만드는 요리라고 했다. 단맛, 짠맛, 감칠맛…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외치는 요즘 음식 트렌드와 정반대인 요리, 수도승들의 채식보다 더욱 엄격한 음식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창원시 도계동에서 정화영(34) 씨를 만났다. 화영 씨는 출강과 '홈클래스'를 통해 로푸드, 채식요리, 채식베이킹을 활발히 알리고 있다.

화영 씨가 내어 준 '그린스무디'를 한 모금 마셨다. 바나나의 단맛과 섞인 씁쓸한 케일 향이 개운하다. 자꾸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게 된다. 케일, 바나나, 사과, 생수가 들어갔다는 이 스무디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로푸드라고 했다.

스무 살, 한식 기능사 자격증으로 요리 시작

작업실 겸 화영 씨의 집인 공간에는 여러 요리 관련 자격증이 걸려있다. 산업체 고등학교에 다녔던 화영 씨는 스무 살부터 일찍 요리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

"고용보험으로 한식 기능사 준비를 하러 다녔어요. 자격증을 따고 1년을 아르바이트하다가 창원전문대(현 창원문성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가서 조리 자격증을 여러 가지 땄어요. 식품영양학과 들어간 건 대체식품이나 영양 쪽으로 관심이 많았고 조리사 자격증도 주니까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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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푸드(Raw Food) 만드는 요리인 정화영 씨. /서정인 기자

꾸준히 요리 공부를 해오던 화영 씨는 요리학원에 취업한다.

"요리학원에 강사로 취업을 해서 20대 중반부터 학원에서 원생들을 가르쳤어요."

2년 반 정도 학원에서 일을 하다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 대리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소비자들 앞에서 브랜드 제품을 이용해 요리를 시연하는 일이었다.

"백화점에서도 판매하는 고가 브랜드였는데 방판사업을 하는 거였죠. 제가 직접 판매하는 건 아니고 그 제품을 사용해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거였어요. 출강을 굉장히 많이 다녔어요."

주방용품과 요리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 태도에 화영 씨는 뭔가 달라진 점이 느껴졌었다고 했다.

"제품 가격이 비싸니까, 예전 같으면 비싸다고 저렴한 거 찾으셨을 텐데 주방용품도 건강 생각해서 스테인리스 좋은 거 사용하고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었더라고요. 좀 비싸도 몸에 안 해로운 제품, 소재를 사용하려는 분위기였어요. 요리도 특히 건강식에 많이 관심을 가지시고요."

출강을 다니며 느낀 것들이 지금 화영 씨 요리에 미친 영향이 컸다. 건강 요리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로푸드라는 걸 알게 됐다.

"알아보다 보니 로푸드라는 게 있더라고요. 김해에 로푸드 전문가분이 계셔서 거기서 배우고 자격증을 땄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4~5년 전쯤이라고 생각해요."

채식요리, 사찰요리 등은 10여 년 전부터 제법 보편적으로 즐기는 식문화가 되었다. 로푸드도 비슷한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요리법에서 차이가 있다. 사용하는 식재료는 채식 중에서도 유제품, 달걀 등도 먹지 않는 '비건(완전한 채식주의자)'과 비슷하다. 로푸드는 신선한 식재료를 불을 쓰지 않고 요리한다.

"100도 씨 끓는 물로 채소를 익히면 영양소가 70% 정도 파괴된다고 하거든요. 로푸드는 최대한 열을 사용하지 않고 요리를 만들어요. 재료를 갈기도 하고 건조기를 사용해서 식감을 만들기도 하고 재료 그대로 먹기도 해요. 제가 교통사고가 6개월에 한 번씩 나고, 너무 아파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고 한약 몇 첩씩 지어먹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먹는 음식도 바꿔야겠다 싶어서 저에게 먼저 시도하고 응용을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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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만든 로푸드 라자냐. / 정화영 씨 제공

로푸드 피자, 로푸드 타르트… 맛은?

화영 씨는 문화센터, 기관, 학교 등 요청이 오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요리 강의를 하고 있다. 꼭 로푸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요청에 따라 강의를 준비하는데 강의에서 연이 닿은 사람들이나 지인들의 의뢰로 집에서 요리 클래스도 꾸준히 열고 있다. 화영 씨가 사는 집이지만 거실은 아예 요리 작업실로 쓰고 있다.

화영 씨는 로푸드 요리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불을 쓰지 않기에 간단한 메뉴는 아주 쉽다.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을 갈아 마시거나 쌈 채소에 견과류, 채소 등을 넣어 돌돌 말아먹는 음식도 로푸드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중점을 두는 것은 영양을 얼마나 살려서 섭취하느냐, 일반식에 쓰는 재료를 어떤 재료로 대체하느냐다.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는 채소, 과일, 발아씨앗, 해초 이런 재료예요. 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싹을 틔워서 부드럽게 먹고, 건조기로 건조해서 굳히거나 식감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예를 들어 압착된 귀리인 오트밀이라는 곡물을 먹을 때 시리얼처럼 먹기도 하고 갈아서 크래커도 만들고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초보자도 시도할 수 있을 만한 간편한 요리 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도 있었다. 로푸드 피자, 로푸드 케이크 같은 것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솔직히 피자라고 해서 아시는 피자 맛을 상상하고 드시면 실망하세요.(웃음) 피자지만 굽지 않고 몸에 좋은 채식 재료로 만들거든요. 피자 도우는 견과류를 갈아서 만들고 건조기에 꾸덕하게 말려요. 견과류 도우에 생 토마토나 토마토 가루, 드시고 싶은 채소를 올려요. 같이 요리하면서 처음 드셨을 때 '깔끔하다', '담백한 맛이네' 하는 분들도 있고, '왜 이래, 진짜 못 먹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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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만든 로푸드 케이크. / 정화영 씨 제공

밀가루, 버터, 설탕, 계란을 넣지 않고 만든다는 케이크도 궁금했다.

"로푸드 디저트에는 밀가루나 버터, 설탕, 계란을 사용하지 않거든요. 견과류를 갈아서 반죽을 만들고 캐슈넛이나 과일을 섞고 갈아서 필링으로 채우고요. 생과일을 올리는 디저트도 많고요. 디저트이기 때문에 단맛이 필요하다면 아가베 시럽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쓰거나 메이플 시럽, 곶감도 갈아서 넣어요. 소량의 소금을 첨가하면 단맛이 더 올라오기도 하고요."

디저트에는 견과류를 많이 사용하는데 로푸드 요리에 쓰는 견과류는 모두 물에 불리고 건조해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사용한다.

"견과류는 열매잖아요. 외부 적을 차단하는 보호막이기도 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에 불려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사용해요. 소화도 잘 되고요."

로푸드, 무리하지 말고 일상에서 가볍게 즐기자

일반식을 먹던 사람이 갑자기 끼니마다 로푸드를 먹는 건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익히지 않기에 음식 대부분이 차가운 데다 식재료 조직과 효소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인지 로푸드를 유연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세 끼 중 선택해서 먹는 것이다. 아침은 신선한 그린스무디로 간단하게, 점심은 일반 식단으로 먹고, 저녁에는 로푸드 식사를 하는 정도로 건강과 체중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각자 생활 패턴과 건강 상태에 맞춰 실천하는 것이다. 로푸드 이론에서는 저녁 6~7시부터는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고 공복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

화영 씨는 건강코디네이터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로푸드, 채식 요리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개인 몸에 맞는 요리법을 찾아드리려 한다고 했다. 레시피는 일반식에 비해 단순하고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요리가 많아 수강생들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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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만든 로푸드 애호박 스파게티. / 정화영 씨 제공

"생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 신장이 안 좋거나, 간이 안 좋으신 분들이 수업 오시면 특별히 체크해서 레시피를 맞춰 드려요. 그럴 땐 채소를 익히기도 하고 소화가 잘 되는 재료로 대체하기도 해요. 수업 전에 몸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죠. 요리 배우러 40~50대 어머니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때 되면 스트레스, 유전, 식습관으로 생긴 한 질환을 하나씩은 꼭 앓고 계시거든요. 차가운 요리가 많기 때문에 소스에는 마늘이나 생강 같은 열을 내는 재료를 넣기도 해요. 로푸드는 원래 미국, 유럽, 스위스 쪽에서 시작한 식문화이기 때문에 레시피에 많이 있는 향신료나 재료가 일반인 분들이 접하기 힘들거나 먹기 힘든 게 있죠. 예를 들면 면이 필요할 때는 생채식이기 때문에 생호박으로 뽑아서 먹기도 하거든요. 일반인 분들이 잘 드실 수 있을지 난감한 것들도 있어요."

병원에서도 로푸드 수업을 의뢰받아 강의한 적이 있다.

"창원 한 병원에 암 병동이 생겼는데 절 가르쳐주신 원장님을 통해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영양사님과 책임 조리사분께 한 달 정도 로푸드 요리법을 가르쳐드렸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만 환자들을 위해 식단에 적용시키면 굉장히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인터뷰 당일에는 함안으로 출강을 다녀왔다고 했다.

"오늘은 함안 윤내 마을회관에 다녀왔어요. 지역 영양 사업 같은 걸 하는데 출강 의뢰가 와서 갔거든요. 8회 수업인데 오늘 첫 회였어요. 연령대가 65~75세인 어머니들과 오이쫄면을 같이 만들었는데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스파이럴라이저라는 기계로 생오이를 면처럼 만들고, 고추장, 매실액, 아가베 시럽, 참기름, 깨를 넣고 무쳐서 먹는 음식이에요. 봄이니까 봄나물도 깔고요. 또 아보카도로 만드는 과카몰리 소스도 만들었는데 아보카도 처음 보시는 어머니들도 많아서 어디에 좋다고 설명드리고 그랬죠. 소스에 밥도 비벼 드시고 아주 잘 드시더라고요."

채식 베이킹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체험하러 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직접 타르트 반죽을 조물조물 만든다. 놀이를 하듯 재미있게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거나 예쁘게 포장해서 가지고 간다. 알레르기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신청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해요. 4~6세 아이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와서 할 수 있는 베이킹이에요. 채식요리, 사찰요리, 로푸드, 채식 베이킹 다 모토는 비슷해요. 안 좋은 것들 빼고 먹자는 거죠. 아이들 중에 계란, 우유에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아이들과 하는 채식 베이킹은 통밀가루라든지, 아몬드가루로 흰 밀가루를 대신하고 두부나 과일, 쨈을 갈아서 넣고, 그렇게 만들어요."

화영 씨는 창원에서 아직 생소한 로푸드를 차근차근 알리는 중이다.

"작게나마 이렇게 클래스 하면서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께 알려가는 단계예요. 창원 소계동에 행복마을학교(전국 최초 센터형 마을학교로 테마별 체험실과 학생자치배움터 공간이 마련된다)가 개학한 상태라서 요리 수업에 들어가기로 계약했어요. 그게 끝나면 어떻게 될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학원이나 요리 공방 형태의 공간에서 건강 코디도 해드리고, 로푸드나 채식요리도 함께 만들고 싶어요."

화영 씨에게 일반식만 먹던 이들 입맛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로푸드 레시피가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로푸드가 궁금한 분들이 계시다면 어렵지 않으니 따라 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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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푸드(Raw Food) 만드는 요리인 정화영 씨. / 서정인 기자

그린 스무디

재료: 쌈케일 10장, (시금치 한 줌), 바나나 1개, 사과 1개, 물 1C

1. 블렌더에 수분이 많은 순서로 넣어준다.

2. 물을 넣고 3분이 넘지 않게 곱게 갈아 준다.

*사과 대신 수분 많은 과일로 대체 가능하다.

*코코넛 오일을 1T 넣어 먹으면 포만감이 더 오래간다.

*채소, 과일 각각 2가지 정도만 혼합한다.

로잡채

재료: 천사채 300g, 파프리카 1개, 양배추 1/8개, 버섯(느타리) 한 줌, 양파 1/4개, 당근 1/4개

데리야끼 소스: 간장 5T, 시럽 3T, 양파 1/4개, 마늘 1t, 생강 약간, 참기름 2t, 깨 1T

1. 천사채는 물에 1시간 정도 불린다.

2. 야채를 채 썰어 준비한다.

3. 버섯(느타리)은 살짝 데쳐 물기를 제거해준다.

4. 소스는 믹서기에 담아 갈아준다.

5. 천사채에 소스 1/2 정도 먼저 버무려둔다.

6. 버무린 천사채와 채 썬 야채, 버섯, 남은 소스 넣어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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