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선의용군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북한의 엘리트였던 그는 6·25 전쟁 발발 직후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허가이의 부름을 받고 당 고위직인 영남지방 교육위원 임명장과 김일성 수상의 신임장을 전달받습니다. 그가 받은 임무는 "인민군대를 지휘해 경상남북도의 교육체계를 사회주의식으로 바꿔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평양을 출발, 서울을 거쳐 진주를 향해 남하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온갖 참상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 전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인민군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낙동강 방...
2017년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역사상 최악의 한해였다. 잊고 싶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였다. 임원진 분식회계 의혹, 직원 개인 비리와 채용 비리 등 각종 방산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심한 홍역을 치렀다. 기대했던 국외 수주 발표도 해를 넘겨 미뤄지면서 매출액도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 한꺼번에 몰린 악재에다 2010년 이후 최악의 영업실적까지 기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KAI는 대규모 조직 개편과 경영 투명성·선진화 도입 등 뼈를 깎는 내부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내부 ...
1980년대 축구 좀 관심 있게 봤던 사람은 누구나 '김종부' 이름 석 자를 기억할 것이다. '축구천재'로 불렸지만 쓸쓸히 프로축구 무대에서 퇴장하면서 '비운의 축구천재'가 됐던 그가 2018년 현재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프로축구 1·2부 22명 감독 중 가장 서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부리그서도 돌풍 이어가는 경남FC 김 감독이 이끄는 경남FC는 지난해 2부리그 우승을 통해 올해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018로 승격했다. 리그 개막 당시만 해도 강등권으로 분류됐고 김 감독도 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현실적으로 1...
고용한파.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월 실업률은 4.5%, 청년실업률(15~29세)은 11.6%다. 경남은 실업률 3.8%, 청년실업률 10.1%로 전국 실업률보다 낮지만 심각한 건 매한가지다. 연령별 실업률 중에서도 유독 높은 청년실업률에 눈길이 간다. 30~59세, 60세 이상의 실업률 2.2%, 3.8%의 서너 배다. 한창 경제활동을 시작할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해 실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학생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도 이런 청년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취업 관련...
4월 29일 국내 최대 규모 피트니스 대회가 창원을 찾는다. '피트니스스타 in 창원(대회장 강형빈)'이 KBS창원 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피트니스 스타는 피트니스 시장 저변 확대·대중화에 앞장서는 대회다.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전문 피트니스 선수는 물론 대중에게도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참가선수 3000명·관객 8000명을 동원, '국내 피트니스 대회 참여율 신기록 달성'이라는 성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 대회는 그 규모를 키워 △내셔널리그 △코리안리그 △퍼시픽리그 △아마추어리그 △모...
지난 2009년 3월 2일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 로 근대 일본 정치가 '이토 히로부미'가 실렸다. 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일생을 소개하는 코너다. 그러자 하필이면 3·1절 다음날에 한국을 병탄한 인물을 위인으로 소개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이 기사는 그 뒤로도 매년 삼월이면 심심찮게 등장해 많은 한국인들을 자극하곤 한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는 안중근 의사의 총에 쓰러진 '일제(日帝) 식민지배 원흉...
변호사. 지금은 숫자가 많이 늘어났다곤 하지만 지역에선 여전히 귀한 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변호사가 단체장 후보로 나온다니, 어느 변호사가 누굴 돕는다니 하는 소리가 나올 때마다 기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스마트폰에 메모를 한다. 최근 기자가 귀를 더욱 쫑긋 세울 일이 생겼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여성 변호사만으로 법무법인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좋은 엄마가 꿈이었다" 법무법인 '창해' 마산사무실은 산뜻하고 세련되고 아기자기했다. 법무법인 간판이 아니었더라면 마치 인테리어 사무실로 여겨질 정도였다. ...
실로폰의 일종인 마림바는 타악기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악기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마림바를 처음 본 순간이었을까, 연주할 때 건반을 때리는 스틱인 말렛을 쥐는 순간이었을까? 마림바도, 이두암(16) 군도 운명처럼 제 짝을 만났다. 울림 파이프 진동과 함께 퍼지는 마림바의 깊고 부드러운 소리는 천재의 감성을 흔들었다. 피나는 노력을 동반한 두암 군의 성장은 유명 콩쿠르에서 입증되고 있다. 안주하지 않는 '마림바 영재'는 더 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밀양에서 배출한 마림바 영재 두암 군은 밀양에서 유명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
더욱 영악해진 일제-문화통치 3·1운동은 일제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한민족은 덮어놓고 누른다고 해서 눌러지는 민족이 아니다. 서구열강이 차지한 식민지와 달리 한민족·한반도는 수천 년간 수준 높은 문명을 유지하고 있었고, 외침을 극복하면서 민족의식도 형성돼 있었다. 힘으로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일제는 방향을 틀었다. 그들이 소위 문화통치라고 하는 방법이었다. 일단 원성을 높이 산 헌병경찰제를 폐지했다. 태형도 폐지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고, 군대나 군인은 일반인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부분적이나마...
첫 번째 휴전선 종주를 하고 온 이은상은 1965년부터 한국청년운동협의회 회장으로 무려 17년간 있으면서 반공청년운동을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하였다. 반공청년들과 함께 하는 여러 행사에서 짧은 일생을 영원한 조국에 바치자는 북진통일을 강조하여 많은 감동을 주었다. 두 차례나 휴전선을 종주한 이은상은 절절한 나라 사랑을 담은 시조 '고지가 바로 저긴데', '나의 조국 나의 시', '너라고 불러보는 조국아', '기원' 등을 썼다. 한편 휴전한 지 3년이 지난 1956년,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이듬해인 1957년 독일로 옮긴 윤이상...
'고전음악의 집 蔓草(만초)'. 막걸리, 맥주 등을 파는 대폿집이다. 경남 마산 창동예술촌 이리저리 이어지는 골목길 한 귀퉁이에 있다. 흔히들 '만초'라 한다. 40여 년 동안 '고전음악의 집'으로 알려진 곳으로, 지난 시절 경남 마산지역 청년들은 청춘과 시대를 논하고 예술인들은 문학 미술 음악 등 분야와 상관없이 다 모여들던 사랑방이었다. 하지만 지금 간판은 달려 있지만 장사를 안 한 지 이미 두어 달 된 듯, 개점휴업 상태였다. 가게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니 탁자 세 개와 바텐이 있는 10여 평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군...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500번지 회원천변에는 '5·16군사혁명기념비'가 있습니다. 이 기념비는 누가 건립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961년 8월 15일에 건립된 것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높이 2m 넓이 40cm의 크기인 기념비는 1999년 10월 17일 시민단체인 열린사회희망연대에 의해 철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영만 상임의장과 회원들은 유신독재 철폐에 온몸으로 싸웠던 민주의 고장 마산에 유신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망치와 밧줄 등으로 철거해 회원천에 버렸습니다. 그러나 철거한 지 한 달 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다'는 말에는 뜻이 있다. 영 (靈)을 가진 온갖 것 중에서 인간이 으뜸이며, 그런 까닭에 신령(神靈)은 만물에 두루 있어, 편재(遍在)해 있다고 하며 만물 속에 깃들어있어, 내재(內在)한다고도 한다. 하늘의 이치와 땅의 기운이 서로 교합하여 만물의 생육이 이뤄진다고 보면 그 생육(生育)은 참으로 묘하고 묘하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만물의 생육과 그 생육의 이치와 현상을 다 규명하거나 표현해 내기 어렵기 때문에 '묘하고 묘하다'는 말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령한 기운이 작용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참우리말, 토박이말을 살리는 모임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총무) 이창수라고 합니다. 토박이말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손수 만들어 써 오는 말이나 그 말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 만든 말을 가리키는 말로 '순우리말', '고유어'라고도 합니다. 여러분께 토박이말 널리 알려 드리려고 제가 이레마다 두세 개씩 맛보여 드리고 있는 토박이말 맛보기 가운데 맛있는 토박이말을 골라 모은 '토박이말 맛보기'를 싣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토박이말을 맛보시고 맛있다고 느끼시는 토박이말은 둘레 분들께도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
채식에 대해 검색하다 알게 된 단어 '로푸드'. 생소했다. 단어 그대로 'Raw(익히지 않은, 원자재의)'한 음식을 말한다고 했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채식 재료를 45도 이상 온도를 가하지 않고 만드는 요리라고 했다. 단맛, 짠맛, 감칠맛…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외치는 요즘 음식 트렌드와 정반대인 요리, 수도승들의 채식보다 더욱 엄격한 음식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창원시 도계동에서 정화영(34) 씨를 만났다. 화영 씨는 출강과 '홈클래스'를 통해 로푸드, 채식요리, 채식베이킹을 활발히 알리고 있다. 화영 씨가 내어 준 ...
문화원의 정의는 일정한 시설을 가지고 문화·사회교육사업을 실시하는 비영리 법인체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래교실, 문예창작, 요가, 동화구연 등 여러 가지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도내에도 많은 문화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작년 5월 김해에 문을 연 '메카문화원'이 눈에 띄었다. 김가송(54) 원장은 메카문화원을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요가 강좌는 자격증을 취득한 김 원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문화원 운영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까지 하면서 24시간이 모자란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 원...
1. 성숙 "내가 사는 집에는 인간이 세 명이야. 식탁 의자는 네 개고. 누가 봐도 나머지 한 자리가 내 것이라는 것쯤은 상식 아닌가? 그런데 이 아빠라는 인간은 밥 먹을 때마다 나보고 비켜야 한다고 우겨. 진짜 어이없지 않아? 자기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심하면 분무기로 물을 뿌리기도 하지. 정말 몰상식해. 그나마 엄마가 한결 나은 게 자기 자리에 내가 앉으면 옆에 빈 의자와 내가 앉은 의자 위치를 바꿔서 앉아. 뭔 차이겠어? 엄마가 훨씬 성숙하다는 거지. 야옹." 2. 인문학 "가끔 인간들이 인문학, 인문학적 성찰, 인문학적 ...
1. 구해주세요 언젠가 딸이 안긴 채로 뒤로 슬슬 넘어가더군. 아빠가 당연히 잡아 줄 것이라고 생각했나 봐. 당연히 모른 척했지. 원래 자세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어가네. 어쩌라고? 아주 애절하게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어. "아빠, 아빠, 아빠!" "구해줘요 해야지." "아빠, 구해줘요." 아주 숨이 꺽꺽 넘어가더군. 빤히 쳐다보면서 손가락 아홉 개를 펴서 '구(9)' 해줬어. 물론 완전히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 순간 등을 받쳐줬고. 2. 몇 시에요? "아빠, 몇 시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딸이 묻더라고. 살짝 ...
하루하루가 힘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똑같은 일상의 반복. 이젠 직장 상사 눈치 보기도 지겹다. 아무도 없는 곳.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복사꽃 활짝 핀 무릉도원으로…. 옛날 중국 진나라 때 무릉에 사는 어떤 어부 이야기다. 어느 날 시냇물을 따라 배를 저어 가다 길이 어디쯤 되는지 잊고 말았다. 문득 복사꽃이 예쁘게 핀 숲을 마주쳤는데 좁은 언덕이 수백 걸음이나 뻗어 있었다. 중간에 다른 나무는 없었고 향기로운 화초가 눈부시게 고왔는데 떨어지는 꽃잎이 분분하였다. 몹시 기이하게 여긴 어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 그 숲 끝...
노근리 쌍굴다리·노근리평화공원 한국전쟁 당시 1950년 7월 24일 미군 제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의 통신일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어떤 피난민들도 미군 방어선을 넘지 못하게 하라. 전선을 넘으려는 사람은 모두 사살하라. 어린이와 여자의 경우에는 재량권을 부여한다."그리고 그다음 날인 1950년 7월 25일 미군 제8군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은 이런 명령을 했다. "어떤 피난민도 미군 방어선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한다."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 가면 일명 '노근리 사건' 현장인 '쌍굴다리'와 '노근리평화공원'이 있다. 이미 잘 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