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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김양화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청소년과 함께 꿈꾸는 선생님

조영환 기자 choring@idomin.com 입력 : 2018-04-04 15:06:19 수     노출 : 2018-04-04 15:23:00 수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김양화(45) 관장은 마산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대학 시절 마산YMCA에서 자원지도자로 일하기 시작해 20년이 넘도록 청소년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가 관장으로 있는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을 찾았다. 실내는 온통 청소년들의 사진과 그림으로 뒤덮여있었다. "이곳의 주인은 언제나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는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은 2017년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김양화 관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청소년들과 함께 꿈꾸겠다"고 말했다.

자원지도자로 YMCA와 첫 인연을 맺다

Q. 마산이 고향이라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버지 직장이 있던 전주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마산으로 왔습니다. 워낙 어렸을 때라 전주에서의 기억은 없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마산이 고향이죠. 학교는 성호초등학교와 합포중학교, 마산여자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나름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어요. 초등학교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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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화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 이종현 기자
학교 시절에는 창동에 살았습니다. 부모님이 거기서 목욕탕을 하셨거든요. 이후 고등학교 때 신마산 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현재까지 살고 있습니다."

Q. 대학생 시절부터 YMCA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무엇인가요.

"1994년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1학년이었을 때, YMCA 수영강사로 일하던 선배 소개로 '봄꽃맞이캠프' 자원지도자가 됐어요. 그게 YMCA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처음 간 캠프에서 들었던 '선생님'이라는 말은 아직도 저를 설레게 합니다. 그 한마디에 꽂혀서, 또 캠프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이후 YMCA캠프란 캠프는 모두 쫓아다녔어요. 2박 3일, 3박 4일 밤을 새워서 일하다 이틀을 앓아누운 적도 있죠. 그래도 YMCA 자원지도자 경험은 저에게 신선한 과일처럼 느껴졌어요."

Q. YMCA 자원지도자로 하신 일은 무엇이었나요.

"마산 YMCA에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회교육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만든 어린이 프로그램은 모둠 활동으로 진행됐어요. 이때 대학생 자원지도자를 훈련시켜 각 모둠을 담당하게 했습니다. 저도 그중의 한 명이었죠. 대학생 자원지도자 조직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캠프가 있나요?

"부산에서 열린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워크숍이 신선했어요. 아이들에게 거짓으로 지어낸 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반영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시간이었죠. 우리의 생활이 그대로 녹아나는 글쓰기를 하고, 글쓰기를 통해 내 삶도 가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좋은 글을 쓰려면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계속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며 YMCA와 인연을 이어가게 됐죠."

아이들과 함께하고자 선택한 YMCA 간사의 길

Q. 1997년에 정직원이 되셨다고요.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자원지도자를 하며 만났던 YMCA 간사님들은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분들이었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분들이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가꿀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이 되도록 돕는 분들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YMCA 간사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YMCA 간사로 일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YMCA 운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고, 함께 하는 활동도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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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벽화로 꾸며져 있는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내부. / 이종현 기자

Q. 그런데 2000년까지 지하실에서 혼자 일하셨다고요.

"마산 YMCA가 지회처럼 운영했던 회원1동 주민문화센터에서 근무했습니다. 거기 지하에 있는 작은 방에서 혼자 일했어요. 주부 노래교실, 팝송교실, 어린이 바둑교실 등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죠. 주로 초등학생과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꽉 찬 일정이었어요. 그때는 어리고 일머리도 없어서 무작정 열정으로만 했던 것 같아요."

Q.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아니에요. 혼자 지하에서 3년을 지내다 보니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지하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고. 또 지원부서가 있었지만 대부분 혼자 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센터가 문을 닫았어요. 저는 대동씨코아에 있는 마산YMCA 신마산지회로 가게 됐고요. 이후에는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어린이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캠프활동을 담당했습니다."

청소년이 꿈꾸게 만드는 공간, 마산청소년문화의집

Q. 2003년에 마산청소년문화의집으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하신 일은 무엇인가요.

"처음으로 한 것은 청소년 동아리를 만들고 청소년 축제를 구성하는 것이었죠. 제가 제일 처음 만든 게 '블루스타'라는 만화 동아리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마산청소년문화의집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동아리에요. 또 댄스 동아리도 만들어서 그 친구들과 축제를 하나 열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어울림마당, 어울마당 정도 되는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결국은 아이들, 청소년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축제였어요. 그래서 축제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그 친구들이 학교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무시당하는 아이들인데, 여기서는 주인공이었죠. 아이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고 뿌듯했어요. 함께 축제를 만든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됐죠."

Q. 동아리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입시 경쟁에 찌든 우리 청소년들이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을 통해 숨을 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꿈을 꾸고,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민주적 의사소통 훈련을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동아리라는 조직은 철저히 민주주의로 운영돼요. 회원들이 평등하게 소통해야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동아리는 그 자체로 시민교육이 됩니다. 동아리에도 대표는 있지만, 함께 토의하고 합의하지 않으면 동아리가 지속할 수 없습니다. 동아리 활동은 사회를 미리 배울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청소년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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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방과후 아카데미 기댈나무. /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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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방과후 아카데미 기댈나무. / 이종현 기자

Q. 소개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활동이 있다면요.

"올해 15회째를 맞는 '지금 우리의 가슴이 뛴다'를 소개하고 싶어요.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청소년 영상축제입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이나 일상을 담아 영상을 만들죠.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역량이 향상되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미디어 전문가가 많은 마산YMCA 미디어사업위원회에서도 축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만화 동아리 블루스타가 주도하는 '꿈Job기 만세'라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만세는 '만화로 만드는 세상'의 줄임말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만화 분야에 적성이 있는 아이들의 역량을 길러줘요. 그래서 만화를 직업으로도 연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청춘만세'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만화와 관련된 직업체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때 오셨던 선생님이 블루스타 출신이셨습니다. 학생에서 지도자가 된 거죠."

Q. 동아리 활동 이외에도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방과 후 아카데미 '기댈나무'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기댈나무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기댈나무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입니다. 기댈나무를 찾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많이 낮아요. 취약계층이다 보니. 그래서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교육 과정도 그렇게 짜고, 아이들을 대할 때도 최대한 자존감을 올려 주려고 하죠. 아이들이 소심하게 인사하면 저희는 엄청 반갑게 환영을 표해요. 인사를 안 하면 저희가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발표할 때는 크게 칭찬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기댈나무 친구들이 타 방과 후 아카데미 친구들에 비해서 발표도 잘하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방과 후 아카데미 담당 선생님들의 헌신과 마산YMCA 청소년사업위원회의 지원도 큰 경쟁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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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청소년 어울림마당 청춘만세(만화로 꿈꾸는 세상) 페스티벌 기획단 아이들. / 김양화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제공

Q. 한국 학생들은 '노는 법'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부만 강조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결코 아이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가 청소년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죠. 제가 만나는 청소년들은 판만 벌여주면 정말 알아서 잘 노는 친구들입니다. 노는 데 일가견이 있어요. 문제는 어른들입니다.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무료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청소년 전용시설을 많이 만들어 판을 벌여주는 것이 어른들의 일이죠."

Q.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각인되길 바라시나요.

"어릴 때 놀던 곳처럼, 동네 놀이터처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편하게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놀았으면 합니다. 그 만남 속에서 희망과 꿈을 찾기를 바랍니다. 요즘 깔끔한 청소년 시설이 많아요. 그런데 가보면 아이들이 시설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해요. 기물 파손된다고. 그런데 저희 마산청소년문화의집에는 아이들의 손때가 여기저기 참 많이 묻어 있어요. 좀 부서지면 어때요. 그런 것들은 고치면 되죠. 저는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행복을 찾고 미래를 꿈꾸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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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청소년문화의집 방과 후 아카데미 기댈나무 학생들의 생일파티와 우수 학생 시상식. / 김양화 마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제공

"청소년도 시민입니다",

청소년 권리 위해 앞장서고 싶어

Q. 청소년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창원시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8세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만 18세가 되면 군대도 가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고, 공무원 시험도 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해요. 청소년도 대한민국의 시민입니다. 제가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며 봤던 아이들은 절대 미성숙한 어린이가 아니었어요. 청소년도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입니다. 자신과 관계가 있는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투표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또 많은 어른들이 거기에 함께 해주었으면 합니다."

Q.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한마디 해주시죠.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합니다. 청소년도 마땅히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청소년을 학생으로만 인식하죠.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정치적, 경제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고요. 조금만 응원해주면 청소년들도 당당히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얼마든지 좋은 정책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들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인 존재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겠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주눅 들지 말라고, 움츠리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를 바꾸는 데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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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청소년문화의집 1층에는 ‘18세 참정권’ 내용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 이종현 기자

Q.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으신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 동네에는 청소년이 보이지 않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죠. 저는 청소년들이 어엿한 시민으로 동네에, 지역에 참여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주민들의 관심과 지지 속에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한국을 넘어 세계시민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자리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해 마산청소년문화의집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할 거예요.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라는 말처럼, 훗날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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