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자유롭고자 농사짓겠다는 건영이
땅 소중함 아는 생명지킴이 많아졌으면

수확철이다. 농가마다 벼 수확을 하고 양파를 심기 위한 작업들이 한창이다. 토기장이의 집도 이제 막 고구마 수확을 마치고, 토종 콩들, 갖가지 토종 작물들을 수확했다. 그리고 곧 생강 수확을 앞두고 있다. 수확철이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한 해 동안 농사짓는 과정에서 무엇을 잘 못하였는지, 무엇은 작년보다 나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더 밭에 가서 작물이 잘 크는지 살펴봐 주고 돌봐 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농부의 세세한 관심이 더해져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저곳 빌린 땅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밭 전체를 날마다 세세히 살핀다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올해는 봄 가뭄과 타들어가는 여름 더위와 때아닌 잦은 가을비 탓에 농작물 피해가 컸다. 자연에 기대어 농사를 짓는 농부는 이러한 자연의 힘에 속수무책이다. 이전까지는 마을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날씨로 때마다 심고 거두는 일을 반복했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연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 인류에게 두려움을 안겨준다. 농부들은 자연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고 있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땅을 지키고 살리며 농사를 지을까? 막연함과 책임감이 함께 밀려온다.

농부를 어떤 직업으로 선택하기보다는 땅을 살리고 생명을 가꾸는 소명으로 살아갈 사람이 필요하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토기장이의 집에 머물며 농사체험을 했다. 그들에게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알려주고픈 마음이 크다. 그리고 시골살이가 그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님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농사가 자신의 삶을 가꾸는 소중한 과정이 되면 좋겠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꿈을 가진 열일곱 살의 건영이는 농사 체험을 위해 토기장이의 집에 열흘간 머물다 갔다.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시골이 도시보다는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자유라…. 마음에 오래 곱씹게 되는 대답이다. 그 말의 무게와 깊이를 얼마큼 경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골살이가 진정 그 아이를 자유롭게 하는 새로운 기회이기를 마음으로 기도한다.

자유를 향해 삶을 짓는 농부로 살아가는 것, 멋스럽지 않은가!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란 나를 이리저리 끌고 가려는 어떤 힘(구조)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다. 자유란 무언가를 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게 하는 현실에서 내가 선택한 것에 몰입하는 과정 그것이 자유다. 나에게 시골살이는 자유를 얻기 위해 삶을 지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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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감의 과정으로 몸으로 경험하는 기쁨을 농부가 되고서야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다. 몸의 경험은 나에게 깊은 희열과 자유함을 누리게 한다. 작은 생명 하나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고, 생명이 성장하기 위해 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나를 성숙하게 하는 길이 된다. 엄청난 양의 교육을 받았지만 생명을 지키는 작은 일 하나 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작은 배움 하나로 많은 것을 살리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생명을 살리며 삶을 짓는 자유인이 더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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