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조씨와 경북 김씨 인식 차이로 대립
무위 주창 노자 공부하면서 인위에 연연

실제로 내가 겪은 이야기다. 올해로 일흔 살 중반인 두 여성은 십 년쯤 전부터 노자 공부와 관계되어 거의 한 달에 한 번쯤 계속 나와 만나고 있다. 한 분은 호남지방에 살고, 다른 한 분은 경북지방에 사는데, 그곳이 각각의 고향이자 시댁이기도 하다. 호남분은 성씨가 조 씨이고, 경북분은 김 씨인데, 이하 조 씨·김 씨라고 부른다.

이번 봄 대통령 선거를 열흘쯤 앞둔 어느 날 노자 공부 시간의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면서 잠시 세상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조 씨가 나한테 물었다. 누구를 찍을 생각이냐고. 나는 5번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대답하자, 왜 그런 무익한 생각을 하느냐며 따질 기세였다. 나는 5번의 남편분이 아내를 위하는 행동에 많은 감화를 받고 있다고만 했다. 이번엔 김 씨가 나를 통박했다. 왜 하필 여자냐고. 나는 여자가 좋다고 했다. 그렇게 넘어가고 선거에서 1번이 대통령이 되었다.

엊그제 노자공부 시간의 휴식 때 두 여성이 다시 나한테 물어왔다. 대통령의 여러 말씀과 행동을 어떻게 보냐고.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세월호 희생자 중에 기간제 여교사 두 분을 공무 중 순직으로 결정하고 부모님들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하는 방송을 보고 참으로 부끄럽고 울컥했다고. 5·18기념식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그 노래를 공식으로 인정한다는 발표는 많이 늦었지만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총을 가지고, 군대를 동원할 권력도 가지고, 최고 권력을 장악한 사람을 어찌 맨손인 소수의 민간인이 싸워 이길 수 있으며, 먼저 권력자를 공격할 엄두를 내겠느냐고. 자식 낳아 키우고 먹여 살리는 것이 본분인 시민과, 국민과 군대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장치를 장악한 사람 중에 어느 쪽이 사람을 떼죽음으로 몰아가는 힘을 가졌겠는지에 대한 따뜻한 심판이며 사람의 일을 한 것이라고.

그러자 김 씨가 목청을 돋웠다. 다 쇼하는 것이라고. 나라를 김정은한테 갖다 바치기 위한 거짓부렁이며 백보 양보해서 말하더라도 일당의 사회주의적 세상을 만들려는 속임수라고. 조 씨가 대꾸할 조짐을 보였다. 두 사람의 감정 다툼을 자주 보아온 터여서 내가 분위기를 바꾸었다. 노자 공부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아직도 인위(人爲)의 위험을 깨닫지 못하느냐고. 세상을 사람의 생각으로 움직이려는 것이 인위인데, 인간이 저지른 실수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 정치였다고.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려 들지 말고 세상을 따라가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임을 노자가 무위(無爲)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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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와 김 씨는 사돈관계다. 조 씨 따님이 김 씨 며느리고, 김 씨 아드님이 조 씨 사위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단 한 번도 토론을 벌인 적이 없지만, 사위는 장모와 자주 토론을 즐긴다. 김 씨는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집안의 후손이고, 조 씨는 호남의 평범한 농사꾼의 후예다. 조 씨 ·김 씨가 세상을 뜬 뒤 저승에 가서도 저리 대립할까. 인위가 살아있는 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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