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일(1)
"예지, 생일 축하해."
"어? 아빠,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내가 무슨 딴살림을 차린 것도 아니고.
슬하에 자녀가 10명쯤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딸 한 명인데 기억 못 할 이유가 없잖아.
"저도 잘 몰랐는데…."
발그레 달아오른 뺨을 보면서 쉽게 알아챌 수 있었어.
생일을 잘 몰랐다고?
모르기는커녕 3월 중 딸에게 의미 있는 날은 그날뿐이야.
축하 인사받고 끝낼 리가 없지.
"아빠, 난 생일이 학기 초잖아. 그래서 친구를 초대하지 못했는데…"
그래, 이제 시작 아니겠니.
어쨌든 축하할 수밖에 없잖아.
2. 생일(2)
"아빠, 축하해."
슬그머니 카드를 내밀 때 이미 깨달았다.
올해도 딸은 선물 없이 카드로 때운다는 것을.
하기야 아빠보다 몇 배 좋은 엄마 생일도 그렇게 넘겼는데…
기대하지 않았어.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어라? 삼행시네!
이 -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승 - 승! 환! 우리 아빠시죠
환 - 환각인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 내 아빠라니!
그렇지! 공감할 수밖에 없잖아?
아이에게 돈이 어디 있다고! 선물이 왜 필요해!
어쨌든 됐고, 그나저나 아이 엄마가 말이야.
자기 남편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으면 좋겠네.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