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룰 게임판서 과시하며 상대 조롱…이화여대 '최순실 딸'특혜와 무례 닮아

주사위와 말과 보드가 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대로 말을 보드 위에 놓는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한 바퀴를 돌면 월급을 받는다. 상대방 말이 자신의 구역에 놓이면 돈을 받는다. '모노폴리', 우리나라에서는 '부루마블'이라고 불리는 게임의 대략적인 규칙이다. 게임의 승패는 전적으로 주사위의 운과 약간의 전략으로 나뉜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딱 적합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폴 피프 교수는 모노폴리 게임을 이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보통 게임의 룰은 참여자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이 주어진다. 하지만 게임의 룰을 조작했다. 한쪽이 2배의 돈을 받고, 한 바퀴 돌 때 받는 월급도 2배로 받고, 주사위도 한쪽은 2개, 상대방은 1개로 굴려 게임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의 룰을 조작하게 되면 누가 봐도 승자는 정해져 있다. 유리한 쪽이 아무리 운이 없더라도, 불리한 쪽이 아무리 운이 좋더라도 승패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점은 유리한 조건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자신이 게임에서 이기는 건 게임의 룰이 조작된 탓인데 마치 자신이 잘나서 이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유리한 조건에서 부유해진 실험자는 게임판 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말로 군림했다. 부유한 실험자는 자신의 힘과 승리를 과시했다. 상대방에게 돈이 없고 가난한 상태를 조롱했다. 이런 실험자의 태도는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 속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접하는 모습이다.

이화여대에서 조작된 게임 실험과 유사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능력 있는 부모를 둔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의 부모는 대통령과 오랫동안 막역하게 지내왔다. 그 학생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였고, 대통령이 소유했던 재단을 실질적으로 관리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대를 이어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학생의 아버지도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측근이었다. 학생의 아버지는 부인했지만, 학생 자신은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는지 자신의 프로필에서 아버지를 소개할 때 '대통령을 보좌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위세를 가진 부모를 뒀다.

이화여대에 입학하려면 공정한 입학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해야 하고, 수능시험을 잘 치러야 하며, 실기 시험을 보는 학과라면 실기 연습을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응시자와 경쟁해서 입학 정원 내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다. 그런데 능력 있는 부모를 둔 학생은 그 모든 과정이 생략됐다. 오로지 말을 타는 것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 우선 말이 아주 비싸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수십억 원짜리 말이다. 그 말은 대기업에서 사줬다.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에서도 검찰에게 심판을 수사시키고, 관련 공무원을 대통령이 나서 징계하는 일이 있었다. 그 뒤 국가대표가 돼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입학 기준보다 시기가 늦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화여대의 입학 책임자들이 무조건 합격을 시켰다. 이화여대 역사상 최초의 승마 특기 입학생이 됐다.

그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았다. 그래도 B+의 학점을 받았다. 출석 일수 때문에 제적 위기에 빠지자 학칙을 바꿨다. 오타와 비문, 심지어 욕설까지 들어간 글을 인터넷에서 복사해 리포트로 제출했다. 담당 교수는 그따위 리포트를 받고도 감사하다며 낯뜨거운 친절을 베풀었다. 학생의 문제를 지적한 지도교수는 그 학생의 부모로부터 '이런 뭐 같은 게'라는 폭언을 들으며 직책을 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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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들고일어났다. 그 학생은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말을 하며 무례하게 굴었다. 마치 조작된 게임에서 승자들의 무례한 태도처럼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조작된 조건에서 승리하고 있는 그들의 무례를 견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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