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가득 안고 본격적인 껄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트레킹 가이드는 AP라는 미얀마인이었는데 2박 3일 꼬박 더운 날씨에 여행객들을 인솔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한번 트레킹을 하고 난 후에는 일정 기간을 쉬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나보다 작은 키 바짝 마른 몸매에 이런 힘든 일을 하는 그를 보니 괜스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직업이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땡볕 아래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오늘 묵게 될 숙소에 도착했다.

트레킹하는 동안 우리가 묵는 곳은 전문적인 숙박업을 하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현지인의 집이었다.

모든 트레킹 회사는 트레킹 기간에 현지인의 집에 묵는 것이 거의 법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아주 좋은 발상인 것 같다. 트레킹을 하면서 그 모든 수입이 관광업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고루 분배된다는 것은 트레킹을 하는 우리로서도 마음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러한 내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집주인은 전혀 볼 수 없었고 단지 현지인 집의 한 공간만을 우리가 빌려 쓰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밤새 집 주인의 딸이 우리가 묵는 방안에 들어와 시끄럽게 전화를 한다든지 드라이어어를 쓴다든지 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론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내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조용히 해달라고 몇번을 부탁한 끝에 방에서 조용히 나가게 되었다. 첫날의 현지인 숙박은 실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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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 기대감 없이 둘째날 숙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을 피우고 둥그렇게 둘러 앉은 우리들 틈에 비집고 들어온 두 현지 여인. 그들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우리와 소통하고 싶어했다. 거기에 기타를 칠 줄 아는 남자가 다가와 현지 노래를 들려줬다. 두 여인은 손짓과 발짓으로 우리와 대화하려 노력했다. 그 여인네들이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웃는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들은 내 머리에 만들어 씌워준 터번 그 하나로 밤새도록 깔깔거리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웃어댔다. 덩달아 우리도 이유 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더 이상 피울 장작이 없어지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현지 트레킹을 하는 이유, 그 이유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밤이었다.

/김신형(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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