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방시장 상인회장 '1인2역' "주민 덕 옷 장사로 먹고살아" 노래 자랑 등 각종 행사 개최…시장 홍보·활성화 앞장

"주민이 있기에 통장도 있고 전통시장 상인들도 먹고살지요. 이 모두가 주민들 덕분입니다".

일상사 삶 자체를 마을 주민들 덕분으로 여기는 '젊은 중년'이 있다. 김해 삼안동 12통 안오영(50) 통장.

그는 통장을 하면서 삼방동 전통시장 상인회장도 맡고 있다. 두 가지 일을 하지만 재미가 있어서 전혀 지치지도 않는다.

그에겐 시장 상인회 일이 곧 통장 일이다. 통장 일이 '주민 챙기기'라면 시장 상인회 일 역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안동은 삼방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삼방시장은 삼안동 12통 관할이다.

이런 지형으로 그에겐 곧 '시장이 집이고 마을'인 셈이다. 시장 상인회 일도 원숙하게 처리하지만 통장으로서도 '경로당 돌봄이'를 자처해 마을에서 '젊은 신사'로 통한다. 밤에는 경로당 순찰을 하고, 낮에는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방역작업을 한다. 경로당 내부 벽지 교체와 고장 난 TV나 형광등은 곧바로 밴드에 올려 중고 제품을 지원받아 새로 교체한다. 경로당의 불편함을 말끔히 처리하는 이른바 '경로당 해결사'다.

전통시장 상인회장도 맡고 있는 안오영 김해시 삼안동 12통장. 그는 시장 상인회 일이 곧 통장 일이라고 한다. /박석곤 기자

그는 아내와 함께 삼안동 전통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다. 온갖 소문이 나도는 시장통이라 올 초에는 마을에 어려운 가정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50살이 넘은 하반신 장애인 아들 2명의 생계를 책임진 80대 후반의 할머니 가정이다. 확인차 집을 찾았다. 할머니 혼자 벌이로 3명이 겨우 먹고사는 처지였다. 딱한 형편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보다 못해 아내와 의논해 가게에서 판매 중인 속옷과 겉옷 두 상자를 챙겨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저도 노모를 모시고 있지만 이 할머니 가정을 보니 참으로 딱한 생각이 들었다. 시장 상인회가 마을 주민들과 더 많이 교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주민들과의 교류는 잦을수록 좋다고 생각해 앞으로 주민과의 교류를 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대 젊은 나이에 경북에서 김해로 이사 왔다. 무일푼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고생도 많았지만 별 탈 없이 아이들도 잘 키웠고 집도 장만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이 도와준 덕택으로 돌렸다.

"마을 주민들 덕분에 시장 상인들도 먹고살고 있다. 이제 상인회가 주민들에게 뭔가를 돌려줄 차례"라고 했다.

이를 실천하고자 인근 초등학교 편부가정을 대상으로 매주 반찬을 대주는 반찬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삼방시장 살리기에도 열정적이다.

시장 안에 고객들을 위한 쇼핑공간을 조성했다. 매년 마을체육관을 빌려 노인들과 주민들을 위한 노래자랑도 개최하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마술 쇼도 진행하고 있다. 추석 때는 시장 안에 직접 무대를 만들어 고객감사 노래자랑도 벌인다.

백화점은 아니지만 고객을 상대로 할인행사도 한다. 행사 때는 시장 내 점포마다 사은품을 내놓는다. 마을 주민들 덕분에 먹고산다는 취지에서 돌려받은 만큼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앞선 마인드로 삼방시장이 모범시장으로 지정받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배경에는 다른 전통시장들과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삼방시장은 상인들 자체적으로 상품권 발행에 이어 카드결제와 현금영수증을 발행한다. 모두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삼방시장의 연간 카드결제금액만 2억 5000만 원에 이른다. 다른 전통시장은 나이가 든 상인들이 많아 현금영수증이나 카드기 활용을 꺼리는 틈새를 슬기롭게 활용한 결과다.

그는 "전통시장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차별화된 방법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도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달 말에는 전통시장으로는 처음으로 자율금연시장으로 지정할 계획도 잡고 있다. 고객 대부분이 임산부와 다문화가정의 젊은 주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에 오면 어린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삼방시장을 명품 전통시장으로 조성하고자 환경개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8월에는 골목형 시장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일명 '1특화 사업'인 이 골목형 사업은 차별화된 도시락을 개발해 삼방시장을 '소풍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시장에서 10분 이내 거리에 시 관광명소인 가야테마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가야테마파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도시락을 구입하도록 해 테마파크를 구경하면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올 하반기에는 고객편의를 위해 시장 입구에 고객지원센터도 짓기로 했다.

그는 "삼방시장을 외지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통장으로서 또는 시장상인회 회장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일"이라며 "앞으로 레시피 개발을 포함한 시장의 소프트웨어화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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