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아픔과 희망 담은 글

"걸을 수만 있다면/꼭 하고 싶은 게 있다/천사 같은 마누라 업고/징검다리 건너고 싶다//"

하현호 씨의 '작은 꿈'이라는 제목의 시다. 하 씨를 포함해 진주에 사는 척수장애인 10여 명이 지난해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한 '삶을 가꾸는 시 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적은 글을 묶어서 냈다. <걸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책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서정홍 농부 시인이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인 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했다. 1주일에 두 시간씩 스무 시간 진행된 수업은 '달바람'이라는 모임으로 불렸다.

손문기 '달바람' 회장은 "그동안 아들과도 마음 터놓고 대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번 기회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내 마음을 아들에게 전하게 됐다"며 "우리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마음만은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책은 '삶을 가꾸는 시' 1, 2, 3, '삶을 가꾸는 문자와 메일', '삶을 가꾸는 감상문', '우리가 글을 쓰는 까닭' 등 6부로 구성됐다. 책에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아픔과 희망 등의 글이 담겼다. "두 발로 걷다가 네 바퀴에 앉고/빈손에서 의자 하나 얻은 인생/'장애인' 주홍글씨 가슴에 새기네//비록/의자와 하나 된 몸이지만/오늘도 네 바퀴를 굴리네//몸은 마비로 기능을 잃었지만/정신만은 온전히 살아 있어/오늘도 앞날을 위해 네 바퀴를 굴리네//"(박홍서 '네 바퀴를 굴리며')

159쪽,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참좋은작은도서관,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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