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은 싫어하는 가정의 달, 작은 것에서 위로받는 오월이 되길

5월이다. 신록이 가장 싱그럽고 봄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달이다. 가정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지닌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이맘때 즈음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소외되고 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저는 어린이날이 싫어요"라고 말했던 어느 초등학생과 "어버이날이 싫다"라고 말했던 중년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부모가 없거나 자녀를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그들은 오월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달에는 텔레비전조차 보기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귀가 멍하게 울린다.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공휴일은 더 늘어났다. 공휴일이 많아져서 행복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은 연휴가 늘어나면서 더욱 힘들고 긴 시간을 보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은 어려울 것이다. 다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행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행복한 웃음 뒤에 가려진 상처받는 부모나 자녀들의 그늘진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언젠가부터 오월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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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열리는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행사에 참가한 많은 가족은 모두 해맑고 행복해 보였다. 하나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랑하는 가족들과 동참한 모습은 오월의 햇살만큼이나 따스해 보였다. 많은 가족이 즐겁게 동참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했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그들 모습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 행사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 오월의 햇살에도 밝게 웃지 못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우울해졌다.

문득 어느 노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요즘처럼 현실이 힘겨울수록 사람들은 작은 것에 위로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힘겨움의 역설이라고 할까. 작은 풀꽃 하나에도 눈길을 주고, 마음을 울리는 짧은 글귀 하나에도 귀 기울이며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바깥세상이 힘겨울수록 내면으로 침잠하면서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다움을 배울 수 있기에 지금 겪고 있는 힘듦을 결코 나쁜 현상으로만 보지 말라고 말한다.

눈 돌리면 곁에 있는 작은 대상이 그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며 고개 끄덕여 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것이다. 마주하는 대상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며, 대상과 자신의 얼굴이 겹쳐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힘든 순간에 위로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마음의 위안이 될 것이다.

오월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하지 말고 너무 불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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