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준표 피고인 금도 넘어섰다", 홍준표 "피고인 협박하는 말 하면 안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지사에 대한 재판이 점차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26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홍 지사는 "경남기업 비자금 장부 일부를 저희들이 확보했다"며 비자금 장부가 폐기됐다고 발표한 검찰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검찰이 비자금 장부를 확보하고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이유로 자신들을 향해 '석명'을 요구한 홍 지사와 변호인단을 향해 "금도를 넘어섰다"고 발끈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식으로 (공세를) 하느냐"는 푸념도 흘러나왔다. 그러자 홍 지사는 "금도를 넘었다는 말은 검사로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피고인을 협박하는 말이다"라고 반발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날 재판에는 그동안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상대로 진술 회유를 했다고 지목된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이 출석했다. 김 전 비서관은 그동안 출석을 거부해왔다.

PYH2016022603470001300_P2.jpg
▲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을 추궁하는 한편 홍 지사와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김 전 비서관은 윤 전 부사장을 만나 보좌관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면 좋겠다고 조언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홍 지사와의 연관성은 극구 부인했다. 김 전 비서관은 윤 전 부사장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지 않게 조언을 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윤 전 부사장을 만나기 전후로 안종복 전 경남 FC 사장과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소송 등을 전담하고 있는 이우승 변호사와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을 제시하면서 김 전 비서관을 압박했다.

검찰은 또한 김 전 비서관과 윤 전 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김 전 비서관이 윤 전 부사장을 향해 '그쪽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며, '그쪽'이 어디인지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비서관은 그쪽이 "범여권, 여당과 정부 등"이라고 답했다. 즉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으로 정국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오지랖 넓게 행동한 게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 윤승모 전 부사장과 함께 서청원 최고위원 캠프에 몸담고 있었다. 또한 김 전 비서관은 안종복 전 경남 FC 사장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점도 밝혀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우승 변호사와는 안종복 전 사장을 통해 알게 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홍준표, 이우승, 김해수'가 고려대 법대 동문이라는 데 주목하면서 진술 회유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지를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홍 지사 변호인 측은 김해수 전 비서관이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홍준표 지사가 아닌 안상수 창원시장 캠프에 몸담았던 점을 언급하며 홍 지사와의 연관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신문을 이어갔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홍 지사는 안종복 경남 FC 사장을 언급하면서 "경남 FC가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나서 안종복 전 사장을 해임했다. 안 나가려고 하는 걸 강제 해임했다"며 안 전 사장과 사실상 절연된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 말미 홍 지사는 재판부에 석명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검찰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미 제기한 불법 감청 의혹을 한 번 더 언급했는가 하면, 특히 경남기업 비자금 장부를 검찰이 확보했을 수도 있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담당 부장검사는 "피고인과 변호인단은 금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입장은 아니다. 검찰의 입장이다"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검찰은 "이미 이완구 공판에서 한 장짜리 장부가 나왔는데 리스트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검찰이 비자금 장부를 가지고 있는데 감추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