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서 동전이 사용량에 비해 찍어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동전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생각해보니 최근 내 지갑에도 동전이 들어있었던 날이 많지 않았던 것 같긴 하다. 마트에 가서도 카드로 계산하고, 인터넷 쇼핑도 역시 모바일 페이로 계산하고, 택시를 타도 이젠 지폐가 아닌 카드를 내미는 시대다 보니 현금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을뿐더러 동전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마트에서 카트를 빼내고자할 때 100원이 필요한 데 바꿀 지폐마저 난처했던 경험도 있었다. 나조차도 이런데 지폐가 아닌 동전은 정말 사용량이 많이 적어졌겠다 싶다.

그런데 동전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쉬운 건 사실이다. 사회에선 어떤지 몰라도 우리 집에서만큼은 동전이 아주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100원이 우리 집에선 아주 귀한 존재다. 아이들은 나에게 100원을 얻기 위해 온갖 애교도 부리고, 심부름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준다. 책 정리하면 100원, 엄마 심부름 하면 100원, 그냥 하는 짓이 예뻐서 100원. 이렇게 모은 100원들은 고스란히 자기 돼지저금통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이렇게 모아서 돼지저금통이 가득 차면 무거워 제대로 들지도 못하면서 안고 나와 자랑하기 바쁘다. "엄마 벌써 이만큼 모았어요. 저 잘했지요. 대단하지요?" 그렇게 칭찬을 받고 나면 아이들은 하루 종일 표정이 밝다.

다 채운 돼지저금통은 함께 은행으로 가지고 가서 지폐로 바뀌는 걸 보여주고, 그 금액을 아이의 이름으로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그리고 우린 또 새로운 저금통에 동전을 채워나갔다.

지금은 7살, 4살이라 그냥 돼지저금통에 동전이 들어가는 그 재미에 빠졌을지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는 동전을 통해 저축의 기쁨도 알게 하고 그렇게 소중하게 모인 돈을 나눌 줄 아는 나눔의 기쁨도 배우게 하고 싶어서 아기 때부터 시작했던 거였는데 이젠 나의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는 알려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동전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추억이 하나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동전이 사라지면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을 일이 없어지니 돼지저금통도 사라질 테고, 우리 아이와의 추억도, 나눔의 방식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이제 동전뿐만 아니라 화폐 자체를 박물관에서나 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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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금방 적응해서 동전이 없어도, 지폐가 없어도, 돼지 저금통이 없어도 거기에 맞게 잘 지내겠지만, 그런 것들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추억도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나뿐일까. /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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