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나와 친구의 결정은 달랐다. 혼자 여행에 익숙해진, 그리고 서로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우리였기에 언덕 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언덕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있어야 할 친구는 없었다. 길은 하나이고 친구는 이미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목적지인 한 마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다 친구도 먼저 떠났을 거란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내 판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마을 입구에 도착해서 확실해졌다. 그곳에도 역시 친구는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여행 내내 잊고 있었던 핸드폰이 있음을 깨달았다. 핸드폰 전원을 켜니 친구의 부재중 전화를 알리는 10개의 메시지가 일제히 들어왔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내 전화기는 꺼져있고 내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고 그곳에서 한참을 헤맸다고, 거기에다 경찰을 불러서 수색까지 했다고 했다. 결국 수색 끝에 길 위에서 나를 봤다는 제보를 듣고 경찰을 우리가 가기로 한 그 마을로 보냈단다. 친구는 내가 있는 곳에 오기로 약속하고 난 그곳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멀리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경찰 2명을 보게 되었다. 그 경찰은 친구가 내 실종신고를 하고 나를 찾으러 다닌 경찰이었던 것이다. 친구가 나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내 여권번호와 이름까지 알아갔다. 순간 경찰의 주요인물로 등록된 기분이 들어 스페인에 있는 동안에는 경찰서 갈 일을 만들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이 모든 해프닝을 뒤로하고 친구와 나는 그 마을에서 극적 상봉을 하게 되었다.

나는 친구를 잃어버린 언덕에서 마을로 가는 길 내내 아무 걱정도 아무 의심도 없이 여행을 즐기며 즐겁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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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친구는 머나먼 타국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나 하나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래서 나를 잃어버린 동안 마음 고생 했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 한가득 담아 바닷가 인근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풀코스를 대접했다. 내가 핸드폰을 켜놨으면 그리고 조금만 친구를 더 찾아 헤매었어도 이러한 해프닝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훗날 추억할 수 있는 재미난 해프닝을 가지게 됐다는 것으로 즐겁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런 해프닝이 없었다면 훗날 추억할 거리가 무엇이 있겠냐며.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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