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올립니다. 어머니 잘 지내시지요? 제가 지금 한국에서 벌써 2년 반을 살았어요. 어머니 저를 많이 보고 싶죠? 저도 어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쌍둥이들도 할머니 많이 보고 싶다고 하고 할머니가 만든 음식도 먹고 싶대요.

어머니, 한국은 이번 27일이 큰 명절이에요. 추석이라 한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하는 이슬람 명절 라마단이랑 비슷한데 여기는 명절 전에 하는 금식이 없어요.

추석에는 대부분 사람이 고향으로 내려가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요. 제사도 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도 먹어요. 제사 끝나고 나서 묘지에도 가요. 이건 인도네시아 문화랑 비슷한데 방법만 달라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본질적으로 같아요.

추석이 되면 제사 음식 만들어야 해요. 저는 고생을 많이 안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제일 많이 고생을 하세요. 모든 음식을 다 만들어 주세요. 시어머니께서는 제게 "너는 아기나 봐!" 이렇게 말씀하세요. 사실 저는 시어머니께서 고생하는 게 많이 부담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어머니가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요. 세상의 엄마들은 다 똑같아요. 자식을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저도 아이 셋 키우면서 알겠어요. 어머니가 어릴 때 왜 저한테 만날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만 했는지. 히히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재미있어요.

진짜 오랜만에 어머님께 편지를 써요. 아! 오랜만이 아니고 이것은 어머니께 쓰는 첫 번째 편지예요. 저 나쁜 딸이죠? 어머니 제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내년에 꼭 고향에 갈 테니까 밥 잘 드시고 건강관리 잘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앞으로 편지를 더 많이 쓰고 보낼 거예요. 영상 통화도 더 자주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딸 비타 올림. /인도네시아 결혼이주여성 비타 씨가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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