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묘미 중 하나는 현지 음식을 즐기는 것이다. 그 음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가이드북이나 여타 파워블로그에 소개되어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는 것일 테고 또 하나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현지인들을 위한 길거리 음식이나 식당일 것이다. 나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로 현지 스타일을 즐기는 내 여행스타일만 봐도 단연 후자에 속한다. 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나는 그냥 배가 고프면 잠시 길을 멈추고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지금 발리 우붓에 있는 나는 배도 고프고 주변 산책도 할 겸 길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워낙 관광화되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내가 찾는 그런 현지식 식당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번화한 거리를 지나 한적한 골목이 시작됐다. 주변에 있는 상점에 잠시 들렀다. 이내 추천하는 맛집을 알아내고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추천해 준 곳은 인도네시아 현지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와룽'이라 불리는 식당이었다.

하지만 그 '와룽'이라는 곳보다 내 눈에 들어온 곳은 길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노점이었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꼬치를 굽고 계셨다. 그리고 그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다른 목욕탕 의자들이 서너개 놓여 있었다.

나는 그중 마음에 드는 파란색 목욕탕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메뉴는 꼬치와 무슨 잎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잎에 싸여 있는 밥이 전부였다. 손가락으로 콕 찍어 꼬치와 밥을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하니 인도네시아 돈으로 2만 5000루피, 한화로 치면 약 2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현지식에 가격도 싸서 대만족인데다가 맛까지 좋았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순식간에 꼬치와 밥을 다 먹어버리고 나니 인심좋은 할머니께서 Extra라시며 꼬치 두 개를 더 주셨다. 역시 이 맛에 노점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후한 인심이 우리나라 말고 머나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느낄 수 있다니 괜스레 꼬치 두 개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렇게 나는 발리에 있는 동안 노점만 다니고 현지 식당인 와룽만을 골라서 다녔다. 그러다 여행 막바지에 마음에 드는 식당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찾는 레스토랑에 들렀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모든 메뉴가 길거리나 와룽에서 먹었던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 깨끗하고 편안한 자리와 정갈한 음식들. 현지식당이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식당보다 싸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산산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순간 내가 지불한 금액들이 현지 가격이 아닌 관광객 가격은 아니었는지라는 의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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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도 잠시. 내가 지불했던 가격이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았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느꼈던 현지인들의 인심과 현지인들과 옆자리 앉아서 소통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들만을 기억하기로 했다. 아마 앞으로 다른 여행지를 가도 이런 가격들을 저울질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의 삶을 보고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나의 현지 식당 사랑은 쭈욱 계속될 것이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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