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 유감…'학벌'아닌 '배울 힘'키우는 교육 돼야

"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 등교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멀리서 큰 소리로 인사한다. 나도 발걸음 잠시 멈추고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그래, 얘들아∼ 안녕? 안녕?"

기분 좋은 아침이다. 가끔은 쉬는 시간 10분에도 운동장으로 쫓아나가고, 점심시간에는 학년 구분 없이 편을 나눠 비지땀을 흘리며 축구를 한다. 작년에는 쉽게 발견할 수 없던 풍경이다. 학생수가 조금 더 늘었다고 학교 분위기가 이렇게 역동적으로 바뀌다니 놀랍다.

지난주 금요일은 교내체육대회를 열었다. 그야말로 사제동행으로 신나고 즐겁게 놀았던 하루였다. 교실에서 무기력하던 아이들도 운동장에서는 눈빛이 살아났다.

"오늘처럼 이렇게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는 걸 처음 봤어요. 저희들끼리 진행을 척척 알아서 하고, 참 신기했어요."

"교장쌤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신나게 피구도 하고 축구도 하다니…."

행사 끝나고 선생님들끼리 차 한 잔 나눌 때 나온 말이다. 십여 년 전부터 학생수가 줄어들어 폐교위기에 직면했다가 작년에 축구부를 창단하면서부터 학교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내년부터는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되어 앞으로 우리학교는 더 즐겁고 행복한 학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고민은 여전히 따라붙는다. '기초학력'이니 '학력향상'이니 하는 말을 동원하여 학생들을 자꾸만 비교 평가하는 교육당국의 정책 앞에서는 그냥 가슴이 갑갑해진다.

"또 이건 무슨 짓이야? 이런 방식은 아니지!"

얼마 전에는 교과별로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불러내어 교내 컴퓨터실에서 온라인 시험을 치르게 했다. 말하자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선별하여 낙인찍으며 '확인 사살'한 셈이다. 이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짜증내는 몇몇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선생님들도 많이 안타까워했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온라인 기초학력 진단-보정시스템'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평가 대상은 초4∼중3 학년의 학습부진 학생 및 경계 학생이다. 평가 결과 온라인 기반의 선택형 맞춤형 학습프로그램을 보급하여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가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와 목적은 백번 공감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또 '전국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보급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뜨악했다. 이 시스템 역시 천차만별인 단위학교 상황과 학생 개개인의 삶을 잘 모르고 내지르는 관료주의 탁상행정의 비극이다.

과연 초·중학교에서 갖춰야 할 기초학력을 5개 교과(국어, 사회·역사, 수학, 과학, 영어)로만 측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예술 감성 교과는 왜 빠졌지? 삶이 없는 지식교육으로 끊임없이 비교 평가하며 전국의 시·도교육청 간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 과연 교육적인가? 그 여파는 결국 단위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괴롭힌다. 이런 식으로 어찌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도대체 '학력(學力)'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배울 힘'이다. 지금 우리교육은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울 힘'을 길러주기는커녕 '인서울'과 '스카이'를 향하는 '학력(學歷)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학력인가? 혼자만 잘 살자는 '학벌사회'의 구조악을 그대로 두고 '학력향상'을 읊어대고 있다. 순서가 틀렸다. 더 이상 '들러리교육'으로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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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정한 학력(學力)'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자. 배움 그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힘이 '참학력'이다. 제발, 이제는 '참학력'을 이야기하자. 전라북도교육청은 벌써 참학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 이제는 '참학력 운동'을 펼치자. 참학력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힘이요, 행복교육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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