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 '귀족'·무상급식 학부모 '종북'…홍 지사 마녀사냥식 공격적 언어 씁쓸

"어허 참. 허 참. 참 나 기가 차서."

평소 거침없는 말투로 유명한 홍준표 도지사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 말투는 대체로 궁지에 몰렸을 때 혹은 딱히 할 말이 없을 때 나오는 말이다.

홍준표 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나오기 전에는 달랐다. 이전에는 대부분 상대방을 공격하여 딱지 붙이는 말들이 많았다. 딱지를 붙이기 위해 거침없이 내뱉는 말들은 듣는 사람 입장에 따라 시원하게 들릴 수도 있고 때론 매우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공인일수록 말을 조심하고 삼가하여 정제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특히 내뱉은 말이 상대방을 규정짓거나 딱지 붙이는 공격적인 언어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상황에 따라서는 말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된다.

홍 지사는 산청 간디학교를 부유층 '귀족 학교'로 몰기도 하고, 무상급식 외치는 학부모를 '종북세력'인 양 몰아붙이는 말도 SNS를 통해 쏟아냈다. 홍 지사 기준으로 보면 아들을 산청 간디학교에 보냈던 필자는 부유층 귀족이면서 '종북세력'이란 딱지를 달게 된다.

그야말로 '어허 참. 허참'이다. '참 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가만 보면 마치 중세 시대 마녀사냥하던 때처럼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15세기 중세 시대엔 통했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마녀사냥이 본격적으로 행해지던 중세 시대엔 '폭풍우가 몰아치는 것도', '음식을 먹은 후 트림을 하는 것도', '옆집 아이가 아픈 것도', '기침을 하는 것도' 모두 마귀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마녀 사냥의 희생자는 대부분 여성이거나 어린 아이이거나 힘없는 민중들이었다. 적어도 계몽사상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평범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모든 것이 마법이고 마녀라는 누명을 쓸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고 한다.

마녀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재판 방법은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가 찬 방법들이다. '눈물 시험'이란 방법이 있었다. 마녀는 사악해서 눈물이 없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 마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물 시험'은 마녀 혐의자의 손발을 단단히 묶어 물속에 빠뜨린다. 물은 깨끗한 속성이 있어서 마녀가 들어오면 물 밖으로 내친다고 믿었다. 물속에서 죽으면 마녀 혐의를 벗지만 물 밖으로 떠오르면 마녀로 간주되어 화형에 처해졌다. 그 외에도 '바늘 시험', '불 시험' 같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방법들이 동원됐다. 이렇게 죽어간 민중들 숫자는 무려 수십만 명에 달했다. 상대방이 나보다 예쁘고 잘생겨서 질투가 나거나,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 배가 아프거나, 권력 가진 자에게 도전하거나, 많이 배워서 조금이라도 진실을 얘기 할라치면 가차 없이 마녀 재판에 넘기는 세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녀재판 담당자는 성직자들 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시대는 바뀌어도 권력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21세기 대한민국도 중세 시대 마녀사냥 시기와 닮은 면이 꽤 많다. 대한민국에서는 '마녀'란 이름이 '된장녀', '김치녀', '빨갱이', '종북세력' 등으로 바뀌었을 뿐. '일베'들처럼 세상을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마녀 프레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과 '종북 몰이', 부적절한 막말과 조롱, 카더라 뉴스를 남발하는 종편들도 현대판 마녀사냥에 동참하거나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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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에 재미 붙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약자를 괴롭히면서 교묘하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까지 한다. 합리적 이성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무지와 감정만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덕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써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가르치는 도덕책을 붙들고 '도덕쌤'임을 자부하며 살고 있다. "어허 참. 허참. 참 나 기가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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