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명시된 홍준표 도지사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그간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계기로 퍼부었던 홍 지사에 대한 집중 공세를 더 거세게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과 분명한 선 긋기에 주력할 전망이고 그 첫 번째 대상 중 하나가 홍 지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과 홍 지사 간의 경색된 관계는 언급할 계제도 아니지만, 홍 지사 자신이 먼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일정 정도 선을 그으면서 청와대 쪽으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온 전력을 감안하면, 홍 지사는 ‘아군 없는 전쟁터’에 나간 꼴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가 홍 지사를 생각해줄 겨를도 없어 보인다. 청와대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공식 논평 없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보내온 해명서를 전달하고만 있다. 청와대에서는 유탄을 감수하고서라도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과는 일정 정도 같이 갈 수밖에 없겠지만, ‘갑자기 친박(?)’으로 분류된 홍 지사를 안중에 둘 여유까지는 없는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 여파로 휴일이었음에도 12일 국회 주변은 상당히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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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DB

먼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검찰에 대해 외압이 없도록 새누리당에서 앞장서 책임지겠다”며 ‘성완종 리스트’가 당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안간힘을 쏟았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차떼기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있고, 새누리당이 아무리 빨간색으로 덧칠했어도 차떼기라는 본색은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전병헌 ‘친박권력형 비리게이트 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히는 한편 “홍준표 도지사조차도 ‘(성 전 회장이) 돌아가신 마당에 허위로 메모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 첫 대상자가 홍 지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홍 지사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늘 그래 왔듯 반전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자신의 의지대로 반전카드를 만들 수 없는 형국이라는 데 홍 지사의 고민이 집중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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