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초순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하던 중 노트북이 멈췄다. 그 길로 달려간 곳은 삼성전자서비스 마산센터. 그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친절함과 세심한 손끝으로 속 타는 나를 구원해 주었다. 더는 노트북에 고장이 없기를 바라며 그와 첫 만남이지만 이것이 마지막 인연이기를 원했다. 사용 중인 전자제품 품질이 좋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몇 년에 한 번 들를까 말까 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그의 신속한 AS에 역시 '삼성'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초면이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여동희 삼성전자서비스 CS프로.

2015년 해가 바뀌자 여 씨를 한 달 새 두 번이나 만났다. 지난 1월 2일 삼성전자서비스 마산센터는 폐업했다. 소중한 삶 터를 잃고 여 씨와 함께 거리에 나선 동료들은 노조 탄압을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마산센터가 아닌 길거리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삼성'을 향해 복직을 외치고 있었다. 수많은 고객에게 예스맨으로 응대했던 그가 나를 기억할까? 거리에서 만난 그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헤어졌다.

무거운 마음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16일 'KBR·아세아세라텍·함안소각장·삼성전자서비스 등 도내 장기 투쟁 사업장 현안 해결 촉구대회 및 설날맞이 떡국 나눔' 행사가 열렸다. '희망의 떡국'을 함께 먹는 자리에 그가 있었다. "여동희 씨, 저 기억하세요? 제가 노트북 때문에 신세를 진 적이 있는데…." 그의 손을 잡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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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다시 받고 싶다. 차디찬 거리가 아닌 국내 최대 회사, 일등 서비스를 외치는 삼성전자서비스 마산센터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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