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법 통과, 개헌 물꼬 트자는 뜻…"절박한 진정성"

김태호(김해을)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정치권이 크게 한 번 술렁거렸다.

그의 최고위원 사퇴는 결과적으로 김무성 대표 체제에 균열을 일으켰으며, 당-청 관계가 미묘하게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분란을 더 조장한 측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분분했다.

최고위원 사퇴 발언을 했던 23일 김 최고위원은 전화기 전원을 꺼 놓았고, 이 날 늦은 밤 자신의 집 앞에서 '뻗치기(취재원과 접촉하기 위해 한 장소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은어)'를 하던 한 언론사 기자와 짤막하게 인터뷰를 한 게 언론 접촉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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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호 의원.

24일 <경남도민일보>가 직접 김태호 최고위원을 만나 23일 발언의 정확한 맥락을 따져봤고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를 파악해봤다.

- 최고위원 석상에서 한 발언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다. 경제활성화법 통과가 우선인지 개헌이 우선인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저는 첫 시작도 개헌이고 마무리도 개헌이었다. 개헌을 해야 하는데 지금 국회의 모습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동의와 국민의 지지라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그 기본을 못하고 있다. 경제가 늪으로 빠지는 상황에서 누가 개헌에 동의하겠나. 여야가 쿨하게 경제관련법을 통과시키고 정기국회 이후 개헌 물꼬를 트자는 뜻이었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직을 걸고서라도 통과를 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태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이상하지 않나. 절박한 진정성이 최고위원 사퇴였다. 지금 국민들이 국회가 개헌한다고 하면 뭐라 하겠나. 덧셈 뺄셈도 못하면서 고차방정식 풀려 한다며 웃을 것이다."

- 개헌 논란과 관련한 발언에서는 청와대를 지원하는 건지 비판하는 건지 모호했다.

"집권여당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대통령 걱정을 해야지. 친박만의 대통령이 아니지 않느냐. 그분의 동의 없이 개헌이 되겠나. 우선적으로 경제관련법을 통과시켜주자, 그러면 그 믿음과 공감을 바탕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대권 승부수라는 해석이 많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 저는 끊임없이 개헌을 강조해왔다. 고장난 정치와 삐뚤어진 승자독식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치가 경제를 발목잡아서는 안된다. 경제 따로 개헌 따로 논의될 사안은 아니다."

- 득표 3위로 최고위원에 등극했다. 지지자들이 실망할 수도 있지 않겠나.

"도지사 3선 출마를 포기했고 군수직도 2년을 하다가 포기했다. 저는 항상 미래를 보면서 길을 선택했고 전진해 왔다. 후퇴하는 선택은 안 했다. 그리고 현재 있는 자리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이후 실천적 모습을 보이면 '역시 옳은 판단을 했구나'라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김태호 의원은 이후 행보에 대해 "여야를 넘나들며 경제관련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만약 법안 통과 이후 청와대가 개헌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그때는 청와대가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고 제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 언론사에 보도된 '국회의원직 사퇴·총선 불출마' 언급에 대해서는 "사심이 없다는 것이었고, 뺏지를 떼더라도 반드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김태호 의원이 바라보는 현 정치권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개헌이고, 그 개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가 나서 청와대가 바라는 경제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밝힌 이러한 뜻과 이후 실천이 정치권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개헌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면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청와대 홍보수석이 당 대표를 힐난하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관련법을 통과시키고 개헌을 추진하자는 건 명분도 설득력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전당대회에서 공조체계를 유지했던 김무성 대표가 김태호 의원의 최고위원 사퇴로 말미암아 곤경에 빠진 점도 이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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