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들여다보기] 의원들 "수출입은행 퇴직자 임원직 차지…고액 연봉 챙겨"

채권단 자율협약(도산 위기 기업의 회생을 위한 채권단의 지원책)을 맺고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경남지역 중소 조선소에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권 퇴직자가 임원직을 독차지하고 있어 지역 노동자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 금융권 고액 연봉자는 조선소 경영에 전문성이 없으면서도 회사 의결사항을 모두 관장하고 있어 경쟁력 제고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재성(새정치민주연합·경기 남양주 갑)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수출입은행 퇴직자가 수출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는 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출입은행 퇴직자 8명이 성동조선해양과 대선조선의 등기이사와 감사로 선임됐다.

최재성 의원./연합뉴스

사내 이사는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고, 감사는 7000만∼8000만 원, 사외이사(비상임)는 18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챙겼다. 이른바 '은(행)피아'가 국민 세금에서 나온 채권을 활용해 조선소를 재취업 대상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성동조선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사외 이사 4명 전원이 채권은행(수출입은행 2명, 우리은행 1명, 무역보험공사 1명) 퇴직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입은행 리스크관리부장을 지낸 방 모 씨는 지난해 3월 31일 은행을 퇴직한 후 다음날인 4월 1일 성동조선 사외이사를 맡았으며, 수출입은행 창원지점장을 지낸 이 모 씨는 지난해 3월 28일 퇴직한 후 다음 날인 3월 29일부터 성동조선 감사를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2008년 수출입은행을 퇴직하고 성동조선에 입사한 구 모 씨는 2012년 3월 승진해 사내 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1981∼1983년에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조선소 경영에는 문외한이라는 데 있다. 현재 성동조선은 대표이사만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은 정광식 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가 맡고 있을 뿐, 주요 사업 기획과 집행은 이들 은행원 출신이 이사회 의결권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막대한 공적자금이 지원되었고 은행 퇴직자가 임원직을 차지한 상황에서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성동조선의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성동조선은 2013년 당기순이익이 3213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최재성 의원은 "국책은행의 중견조선사에 대한 지원이 은행 출신 인사의 자리 채우기로 악용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조선산업에 대해 무지한 금융권 출신 인사가 어려움에 처한 조선업체의 회생을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 의원은 "자율협약 이후 자본잠식은 심화했고 경영개선이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 퇴직자가 의사결정 구조를 독점하고 있어 그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지적한 사항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의원님 고견에 따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서울 구로 을)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도 은행 퇴직자의 중소 조선소 임원 독차지 현상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의원./연합뉴스

박 의원은 "수천억 원, 수조 원씩 은행에서 기업에 지원을 해주고 그 은행 퇴직자가 해당기업 임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완전히 부패 구조로 진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총 8회에 걸쳐 1조 3000억 원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입은행은 대출과 보증을 합쳐 1조 6000억 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채권비중 51.4%를 가진 주채권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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