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꼴로 5분 정도 지역 방송에서 간단하게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한다. 매주 어떤 주제가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번 방송은 고심 끝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게 되었다.

매스컴에서 이야기하는 것 말고, 정치적이거나 자극적인 이야기 말고 정말 내 주변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 그대로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5분이 채 안 되는 방송을 마치기도 전에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고 마치는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다.

사건 직후, 국민 모두가 그랬겠지만 학교는 그야말로 공황 상태였다.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의 입장에서 우리가 늘 접했던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였기에,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었기에 참담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되었다.

내가 그 상황의 인솔 교사라면 어떻게 했을까, 함께 웃고 떠들던 제자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오버랩 되면서 감정이입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누구도 더 이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마음 깊은 상처에 울먹일 뿐이었다. 되도록 현실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연일 보도되는 기사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수업 시간에 김현승 시인의 '눈물'이라는 시를 소개하게 되었는데, 자식을 잃은 슬픔을 종교적으로 승화한다는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망울을 글썽이며 숙연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의 태도에 다시 마음이 일렁거렸다.

'그래, 너희들도 역시 힘들구나. 말은 안 했지만 그렇구나.'

어떻게 감히 위로할 수 있을지 몰라 모른 척 수업을 계속하긴 했지만 어떠한 대형 참사보다 가깝게 와 닿은 사건임이 틀림없었다.

영민하고 착한 이 아이들은 그 와중에 무언가 도울 일이 없을까 고민하더니 양말을 모아서 보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성금보다 당장 그곳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직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알아내고는 발 빠르게 전교생의 호응을 유도하고 일을 진행해나갔다.

주말 동안 양말을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오히려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마음 아픈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던 어른들보다 훨씬 더 성숙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고….

난 두 아이의 엄마이고, 매년 수십 수백 명의 제자들을 인솔해야 하는 교사다. 부모의 마음으로도 교사의 마음으로도 이번 참사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고, 현장의 소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보도되는 자극적인 소식들이 피해 가족과 국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정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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