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두발단속 뜨면 교실은 저마다의 비법으로 '자구책'

하루 14시간 동안을 학교에서 지내는 학생들. 학교 마치면 학원 다니기 바쁘고, 정신없이 집에 돌아오면 시간은 자정이다. 주말에도 각종 학원에 다닌다고 이리 뛰고 저리 달리고 숨 돌릴 틈 없이 지낸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는 고등학생에게 머리카락은 매일매일 자라나는 돈 들고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미용실에 가면 앞머리 조금 자르는데 3000원, 규정에 맞춰 뒷머리 조금 자르는데 8000원이란 거금을 써야 한다. 정말 얼마 자르지도 않고 가위질 몇 번이면 되는 건데 미용실에 갈 때마다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돈도 아깝고 못 참겠다 싶어서 학생들이 직접 팔 걷어붙였다.

웬만한 여중이나 여고에 꼭 필요한 교실의 필수 아이템인 거울 앞에서 언제부터인가 가위를 든 여고생들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그들은 교실 뒤편 널찍한 거울 밑에 휴지통을 장착하고 초집중해서 앞머리를 자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도 생기고 실제로 웬만한 미용사보다 더 잘 자르는 학생들이 많다.

또 다른 한쪽에선 고데기를 다루는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도 관찰 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머리를 제대로 하고 오지 못한 이들이 줄줄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 앞머리에 일명 뽕을 넣고 뒷머리를 단정하게 안으로 넣는 등 헤어숍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펼쳐진다. 수업중이나 쉬는 시간에 조그마한 핑크색 롤 하나로 앞머리를 고정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휴지 파마, 손가락 파마 같은 신기한 비법들을 알아와 친구들에게 실험하기도 한다. 체육대회나 방과 후가 되면 더 과감하게 머리에 변화를 주어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교실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공부에 초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뭐하는 거냐고 시비 걸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학생들은 시간이 없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살고 주말에는 학원도 가야하고 오죽하면 아파도 병원가기도 힘들다고 말할까?

그런데 또 학교에서는 용모단정이다 뭐다 두발단속을 불시에 하곤 한다. 결정적으로 우리의 머리카락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니 어쩌겠는가?

이러한 환경이 우리 교실을 순간 순간 미용실의 모습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정말 미용실 커트는 너무 비싸다고.

/강수진(진주제일여고2·http://www.ifeelt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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