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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부수고 새로 짓는다고 도시가 살아날까?

[문화는 권리다:경남 5대 의제] (5)도시재생 프레임을 바꾸자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4년 04월 04일 금요일

곳곳에서 '도시재생'이 화두다. 지난해 12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도시재생 선도지역 공모를 했다. 지난 3월 14일 마감한 결과 약 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남은 창원시, 김해시, 양산시, 하동군이 신청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 후보자들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과연 도시재생이란 무엇인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재생 사업을 '단기적 성과주의'로 밀어붙였다가는 겉만 뜯어고치는 재개발과 재건축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편뿐만 아니라 도시를 에워싼 경제·사회·문화·환경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업이 도시를 애물단지로 만들지, 보물단지로 만들지는 지자체장의 마인드, 민과 관의 협력 정도 등에 달렸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내세웠지만 일관성없는 행정과 소통의 단절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원 창동예술촌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새로운 것을 위해 원래의 것을 파괴하는 일이 경남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에 있던 100년 넘은 양조공장인 삼광청주가 철거됐고 올해 초에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모래부두 내 쌍용양회 사일로(silo·시멘트 저장고)도 사라졌다. 근대산업 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었지만 '개발논리', '성과주의'에 밀려 눈앞에서 없어졌다.

창동예술촌과 부림시장 공예촌도 철학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창원시는 과거 옛 마산을 뒤흔들었던 창동·오동동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며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내세웠지만 주위 반응은 탐탁지 않다.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다", "성과주의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가게에 비유하자면 문은 열어놓고 장사는 안 하는 격이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내세웠지만 일관성없는 행정과 소통의 단절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원 창동예술촌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그 배경은 이렇다. 예술촌을 이끌어갈 총괄기획자가 여러 번 바뀌었고, 현재는 창동예술촌을 관리하는 전담 공무원 1명(채용기간 2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외부 위탁-재단-운영위원회-총괄기획자 등 운영 주체 문제로 혼란을 거듭해왔던 창원시는 창동예술촌 관리·운영을 창원문화재단에 지정 위탁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진행 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행정이 일관성이 없으니 중장기적인 비전이나 철학이 보일 리 없다. 풍부한 콘텐츠도 언감생심이다. 그때그때 외부 공사를 벌이고 반짝 이벤트를 벌여 사람을 모으는 식이다.

소통의 단절도 심각한 문제다. 정외영 마산미술협회장(창동예술촌 입주자)은 "제일 큰 문제는 시가 창동예술촌 입주자와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입주자와 파트너십을 갖고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의논해야 하는데 상명하달식이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도지사 예비후보는 마산 부림시장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공약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부림시장 일대에 복합쇼핑센터, 공연장, 영화관, 호텔 등을 짓겠다는 것인데 전형적인 개발주의 도시재생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만일 막대한 재정을 퍼부었음에도 이용자가 적다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실패 사례인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꼴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 대책을 명분으로 무려 1조 3000억 원을 들여 지난 2010년 개장했으나 아직까지도 저조한 분양률과 엄청난 부채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통단지다.

아직 한국의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 개선에 치중한 재개발·재건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 자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뿐더러 각 지자체에 도시재생 담당 부서가 만들어진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을 내세웠지만 일관성없는 행정과 소통의 단절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원 창동예술촌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경남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사례로는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 부산 또따또가, 전주 한옥마을 정도가 있을 듯하다.

대구 북성로 공구골목은 민간에서 시작된 요구를 관이 받아들인 경우다. 대구 중구청은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북·서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진행한다. 북·서성로에 있는 1960년 이전에 만들어진 일본식 목조건물과 한옥을 리노베이션하면 최대 40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 사업이 시작된 계기는 2011년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일본식 낡은 건물 리모델링), 2013년 공구박물관 조성사업 등 시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민의 주도적인 역할이 컸다.

권상구 대구 시간과 공간연구소 이사는 "북성로의 재발견 프로젝트는 대구지역 건축가와 미술가, 인문학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대구의 재발견'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대구 중구청과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는 설계비만 지원했다"면서 "'북·서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도 시민이 직접 목조건물과 한옥을 고치고 그곳에서 사는 것이다. 시민의 의지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있는 것을 지키고 가꾸고 그곳에 내용을 채우기보다 일단 부수고 보는 경남·창원의 도시재생 방식과 매우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일방적인 내리꽂기가 아닌 지역민과 소통,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띈다.

부산 또따또가는 창동예술촌과 태생이 비슷하다. 빈 점포·사무실 등 유휴공간을 예술인의 작업실·사무공간으로 채웠다. 개인 50명, 단체 23개 등 총 311명(2013년 기준)이 입주했다. 주요 특징은 △인쇄소골목이라는 지역 특성을 활용한 프로젝트 진행 △장르 간 협업 유도 △입주 작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지숙 부산 또따또가 팀장은 "지자체(부산시)가 돈은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면서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도시재생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전주 한옥마을도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전주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시는 10년이 넘게 도시재생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시민을 설득했다. 지금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한옥마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끝>

 

제1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경남 5대 의제]

(1) 문화예산 확대
(2) 지역문화재단 특성화 
(3) 문예기관 역량·권한 강화 
(4) 젊은 예술인 지원 대책
(5)도시재생 프레임을 바꾸자

제2탄 [6·4지방선거 문화는 권리다: 문화예술단체에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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