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권리다:경남 5대 의제] (3) 문예기관 역량·권한 강화

문화예술진흥법과 공연법 정의를 종합하면 문화예술회관은 "공공에서 건립한 공연장을 중심으로 전시장과 학술행사장 기능이 추가된 지역문화 창조의 복합문화시설"이다.

문예회관은 과거 대관 위주의 소극적 운영에서 벗어나 공연·전시 기획, 지역주민 교육 기회 제공, 지역문화단체 활성화라는 다양한 기능을 하도록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은 늘 호소한다. "행정에 부딪혀 기획한 일이 산산조각 나버렸다"고. 문화예술인들에게 행정가(행정 공무원)의 존재는 '조력자'가 아닌 '감시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행정 공무원들은 개인의 문화예술적 소양 부족을 넘어 문화 관련 조직구조 자체를 상하 주종 관계로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문예기관들은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한 전문성 발휘는 기대하기 어렵다.

◇협의하는 전문가 vs 결재받는 전문가 = 경남도립미술관은 타 광역시·도립미술관 직급 체계가 대부분 2단계인 것과 달리 3단계이다. 미술관장(4급) 아래 운영과장(5급)이 있고, 운영과장 아래 관리담당(6급)과 학예담당(6급)으로 나뉜다.

학예담당자는 전시를 기획할 때마다 도 소속 행정공무원 운영과장에게 결재를 받고 다시 또 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반면 국립현대·서울시립·부산시립·대구시립·광주시립·대전시립·경기도·제주도립 미술관 직급 체계는 2단계다. 미술관장(4급) 직급 아래 관리과장(5급)과 학예과장(5급)으로 구분된다.

   

다른 시·도립 학예과장들은 경남도립미술관 직급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로막힌 전문성"이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윤익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1과장은 "미술관은 자치단체 산하 기관으로 문화예술 인력과 행정 인력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학예직 20명을 중심으로 미술관이 돌아간다. 행정과는 학예과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다"며 "학예연구과장으로서 중요한 기획 전시를 앞두고 부시장을 직접 만나 협의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진철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관리과와 학예과가 동등한 직급일 경우 협조 체계가 자연스럽게 유지되지만 경남도립미술관처럼 관리과장 밑에 학예팀장이 있는 직무 구조에서는 문화예술을 중심에 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5급 정도는 돼야 일반 공무원 사회에서 관리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6급이라면 학예업무과장 또는 실장으로서 외부 관계자를 만나더라도 대표성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시립예술단 관리감독 권한 누구에게? = 각 자치단체마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높이고자 시·도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단 운영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예술단을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일반 행정 공무원에게 준 자치단체가 있는 반면, '문화예술 전문 행정가'에게 권한을 준 자치단체도 있다.

창원시립예술단을 관리·감독하는 주체는 창원시 문화관광과이다. 반면 부산·대구·울산·청주 같은 경우는 문화예술회관이 예술단을 관리 감독하며, 단원을 뽑거나 예술감독 선정에 관한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

운영조례 규정에 따라 예술단 책임자 자격 요건도 다른데 창원과 부산의 경우 단장은 모두 행정부시장이 맡고 있지만, 부단장은 창원은 창원시 담당 국장이, 부산은 문예회관장이 맡도록 명시돼 있다.

윤두현 부산시립예술단 노조지부장은 "물론 단원들은 부산문화회관 공연과에 소속된 담당자 모두가 민선으로 뽑은 문화예술 전문인력이길 바라지만, 공연과를 책임지고 있는 과장이 그나마 민선으로서 예술단 운영이나 공연 섭외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오재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 문예운영과장은 "청주시는 문화예술단체나 시민 문화향유권 업무는 시 본청 문화관광과가 맡고 있다. 하지만 시립예술단 관리감독과 공연 계획 관리 등은 문화예술체육회관 문예운영과가 맡고 있어 업무가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으로선 참으로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전시와 공연 등 문화예술적 감각과 전문성이 절실한 일에 문화 전문가들의 역량과 권한이 활용되지 못한다면, 콘텐츠의 질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수한 인력이 경남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경남의 한 문화예술기관 관계자는 "단적인 예로 문화적 소양이 없는 일반 행정가는 예술단이 공연 때마다 피아노 건반 조율사를 부르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돈이 나간다고 보는 것이다. 매번 이런 행정가와 승강이를 벌이면서 무대에 오르는 예술단과, 문화예술 전문 인력들이 탄탄하게 뒷받침한 예술단은 공연에 앞서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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