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자영업 4전 5기' 김성훈 씨

"자장면 하나요." "여기도 자장면요."

오전 11시 음식점 문을 열자마자 다섯 개 탁자는 손님들 차지가 되었다. 3000원짜리 자장면을 먹으려고 합석도 마다치 않은 손님에게 주인 부부는 연방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창원시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뒤편 동마산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중국음식점 삼보, 4전 5기 자영업 도전에 마지막을 빛내줄 김성훈(47) 씨의 삶의 터전이자 희망이 자라는 곳이다.

"우리 가게 상호가 삼보잖아요. 자장면이 맛있어 손님이 많이 오면 가족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지은 상호죠. 물론 손님에게는 맛, 가격, 서비스로 보답하는 것이 세 가지 보물이겠지요. 현실에 만족하며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장면집 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사회생활을 택했다. 자신이 지닌 친화력을 바탕으로 자영업을 통해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그의 첫 번째 자영업은 잡화유통업, 유통업이라기보다는 보따리 장사에 가까웠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물건을 구해 배달해주는 일이었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비자를 찾아나서는 방법으로 시작한 첫 사업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업이 번창하며 가게를 확대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건물주가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그는 권리금도 못 받고 잡화유통업을 접었다.

창원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훈(오른쪽) 씨와 아내 최성자 씨. /박민국 기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오히려 빛만 지게 된 김 씨는 유통업이 아닌 요식업으로 눈을 돌렸다. 주변 지인들이 가맹점 음식사업으로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는 돈 많이 버는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으리라 맘먹은 것이다. 첫 번째 사업은 운이 없어 실패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김 씨가 믿던 운은 쉽게 그의 곁으로 오지 않았다.

"음식 장사로 먼저 선택했던 것이 피자 가게였어요. 당시 피자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장사가 잘되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가게도 확장하고 피자를 배달하는 직원도 늘렸지요. 조만간 가맹점 그룹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더군요. 제게도 IMF란 것이 찾아왔어요. 가게에 손님 줄고 배달 줄면서 저의 꿈도 작아졌죠. 그리고 이건 아니다 싶어 고기뷔페로 업종을 변경했죠."

김 씨의 자영업은 고기뷔페에 이은 밀면집에서 멈추었다.

"네 번 사업에 실패하면서 사업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따라야 하는구나. 더는 자영업과는 운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셨죠.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할 때 애들과 집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연이은 사업실패는 그를 빈털터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4번 사업에 실패하고 얻은 것은 오토바이 운전이 전부였어요. 중국음식점 배달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취직을 했죠. 아마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영업을 하면서는 몰랐던 것을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업주 처지에서 생각했던 것이 그가 겪어 보면서 많이 달랐다고 했다.

"중국음식점 전단에 보면 '태풍이 불어도 철가방은 달립니다'라고 쓰여 있잖아요. 배고픈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음식을 배달해 드리는 일이 쉬운 게 아닙니다. 여름에는 비 오죠. 겨울에는 오토바이 손잡이로 어찌나 추운 바람이 들어오는지 손이 꽁꽁 얼어요. 그래도 가야죠. 자장면 한 그릇에 귀천이 따로 있나요. 길 가 공사현장에서 주문을 해도 온 정성을 쏟아 달려갔지요. 취직한 지 2년이 지나니 배달일 해 보겠다고 들어온 사람 중에 제가 가장 선임이더군요."

사업성공은 운이 결정한다고 믿었던 그에게 정작 종업원이 되고 나서야 운이 찾아왔다. 음식점 주방장을 맡고 있던 사장이 성실한 그에게 요리전수 해 주고 가게를 양도해 준 것이다.

"일하던 곳의 사장에게 개인적인 일이 생겼어요. 성실하게 일해준 보답이라고 저에게 가게를 맡아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좋은 조건으로 다섯 번째 자영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자신을 믿고 고생을 함께 나눈 부인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욕심 때문에 사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한 그는 돈보다는 고객이 먼저라고 다짐했다.

"자장면이 다른 집보다 싼 편이지요. 웬만해서는 자장면 가격을 올리지 않을 거예요. 사실 자장면이 라면보다 빨리 잡숫기 때문에 매장은 작아도 많은 분이 찾아오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곳이 시장입구라 장 보러 나오는 분도 많고 또 인력 소개소가 몰려있어 호주머니 가벼운 분도 많이 계시거든요. 바로 그 손님들 때문에 우리 가족이 행복해지는 것이죠. 가게 상호를 지으며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잖아요."

지난날 자신이 벌였던 자영업은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자신만을 위한 사업이라고 했다. 그러던 그의 생각은 해가 더해 갈수록 변하고 있다. 그는 아침 6시 어시장 해물 구입부터 시작해 저녁 10시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고객 입장으로 장사를 한다고 했다.

"욕심이 최대 적입니다. 현실에 늘 감사합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잘 커 준 아이들에 고맙고 4번 실패해도 믿어 준 아내에게 감사하죠. 사실 아내가 가게 돈 관리를 해 주면서 음식점도 잘 되고 있습니다. 나의 짝꿍 최성자 여사가 사장이죠."

같이 일하는 아내를 사장이라 호칭하며 4전 5기의 자영업 성공을 꿈꾸는 그는 말했다.

"사업성공은 절대 '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보다는 사람이고 100% 노력이라고 믿고 장사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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