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김해시 여성아동과 강미 씨

평범했다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릴 사안이었다. 오랫동안 관행화된 일인데, 왜 하필 내가 나서야 하는가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성정이 그렇지 못했다. 매사에 한번 맡은 업무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예사로 넘기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김해시 여성아동과 여성정책계 강미(43·사회복지직 7급·사진) 주무관. 그는 지난 2000년 사회복지직으로 첫 공직에 발을 내디뎠다. 10년이 넘으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동안 사회적 약자 층을 보듬는 업무를 맡고 있다.

세월만큼이나 복지 내공도 단련됐다. 그는 복지분야를 멀리 내다보는 '복지 공무원'으로 통한다.

맡은 업무 중 어떤 문제점이 불거지면 순간의 위기를 피하려는 임시방편적 '땜질 식'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통'크게 일을 처리한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아동급식업무를 담당할 때 아동급식 문제점으로 예산낭비가 심각한 것을 알고 해결책 찾기에 나섰다. 진단은 종이 식권제의 부작용에 있었다. 아동들의 관리 소홀로 식권이 훼손되거나 분실되기도 했고, 식권 수령기피로 부모가 대신 받아가는 폐단과 정산절차 때문에 식대 지급이 늦어져 음식점 업주들의 불만도 컸다. 식권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예산누수 현상도 초래됐다.

또 한 요인은 일부 지역아동센터에서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지자체에 급식지원비를 받아 챙기는 사례였다. 지역아동센터의 급식아동 출석 확인을 출석카드에 사인으로 하는 수기제도에 원인이 있었다. 급식아동이 센터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누군가 대신해서 출석란에 사인만 하면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결점이 없는 구조였다. 담당 공무원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청구하는 서류만 보고 급식비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맹점을 악용해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더 많은 급식비를 타 내려고 이른바 '급식아동 부풀리기'가 확산됐다. 급식아동 수만 늘리면 그 인원만큼 급식지원비를 받아낼 수 있는 구조 때문이었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의 아동급식 지원비는 먼저 본 자가 임자인 '눈먼 돈'으로 전락했다. 국고가 새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고민을 거듭하던 중 신용카드제도가 선뜻 떠올랐다. 이 카드제도를 아동급식에 도입하면 여러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그는 당시 담당계장과 함께 야심차게 '아동급식 전자카드제'를 시에 도입했다.

"전국 처음으로 하는 시도라 불안감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자카드제는 전국 최초인 만큼 그야말로 '복지행정 대박'을 터트렸다.

아동들이 지역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아동들의 출석 여부도 이 카드활용을 통해 투명화했다. 종이식권의 폐단과 출석카드 수기제의 문제점을 한 방에 날려버린 셈이다.

이 전자카드제 도입(2012년) 이후부터 시는 연간 3억여 원의 아동복지예산을 줄였다. 그가 추진한 급식전자카드제는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마다 예산절감 성과를 거뒀다. 이 급식전자카드제는 전국 지자체 '민원행정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시 대표 민원개선 사례로 출전해 예산절감 위력을 과시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전자카드제 도입부터 정착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들을 설득했고 그래도 안 통하면 기습적으로 센터현장을 방문해 아동 출결카드 확인을 통해 허위 인원을 찾아내 추궁도 했다. 힘든 노정이었다.

복지업무는 예산과 직결된다. 복지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 한 단면이다. 공직자는 변화보다는 현상유지에 치중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가 만약 현상유지 쪽의 평범한 공직 부류에 속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그는 "복지업무는 막연한 개인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힘이 있어야 시작부터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며 "사회복지공무원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시설에 종사하는 복지사의 열악한 처우와 수혜자 중복, 복지서비스의 기관별 편차가 심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개선했다. 다름 아닌 '김해시 재가복지 연합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예산낭비 요인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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