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한전 상대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

밀양 765㎸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전을 상대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했다.

한전이 현지 주민들에게 무리하게 개별보상에 응하라고 요구하면서 마을 공동체가 파탄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한전이 오는 31일까지 개별보상금 신청을 하지 않으면 마을 자산으로 귀속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을 압박함은 물론 공기업 신뢰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이유도 덧붙여졌다.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지난 2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이 추진하는 개별보상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보상내용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는 등 목적에 부합하는 절차적인 합리성을 갖추지 않고 있어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국민감사청구 이유를 제시했다.

반대대책위가 가장 먼저 제기한 개별보상은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나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그리고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는 간접 보상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한전은 자체 내규를 통해 마을 단위 피해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한전은 밀양에서 마을 단위 합의를 통한 간접보상 지원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지난 8월 자체 내규를 변경해 개별보상을 시도하고 있다.

한전은 개별보상 단서 조항으로 '집단 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되었거나, 지연이 예상되는 여부'라고 제시해놓았는데 이에 대해 반대대책위는 "이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에 애를 먹여야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고, 오히려 집단민원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처럼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개별보상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이 27일 경남도청프레스센터에서 밀양송전탑 개별 보상관련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반대대책위는 "한전이 개별 보상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타당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송전탑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산상·건강상 피해 정도와 범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납득할 만한 기준 없이 마을별 개별 보상 금액이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750만 원까지 큰 폭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반대대책위는 "한전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마을에도 개별보상을 해주겠다고 접근해 마을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마을별로 협상대표가 있음에도 주민들과 접촉하며 마을주민들을 이간질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이 주민들을 상대로 개별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노예계약'과도 같은 '계좌이체거래 약정서'가 나돌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한전이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는 계좌 이체 거래 약정서에는 '본 신청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한전에서 시행하는 765㎸ 송전선로 공사에 대하에 일체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지원금을 계좌 입금한 이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당사는 일체 그 책임을 지지 않겠습니다' 등의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반대대책위는 "송전탑 설치 이후 발생할 주민들의 재산가치 하락 및 전자파로 인한 생존 피해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주민들의 민사소송을 위 약정을 통해 원천봉쇄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이 27일 경남도청프레스센터에서 밀양송전탑 개별 보상관련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겪는 고충도 터져 나왔다.

부북면 위양마을 서정범 씨는 "한전은 송전탑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면서 또 왜 개별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시골에 100만 원, 200만 원은 큰돈이다. 돈으로 주민을 매수하려고 한다. 돈으로 주민들을 억지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동면 주민 김영자 씨는 "권력도 있고 시청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는 (송전탑과) 거리가 멀어도 발전기금을 많이 받더라"며 "하지만 직접적 피해를 보는 주민들은 개별보상은 물론이고 아예 마을 발전기금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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