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산∼방콕 왕복 직항 표를 35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했다. 일정은 9월 11일부터 24일까지. 캄보디아와 태국을 여행하는 14일간의 일정이다.

휴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업무 끝나고 바로 출발하고 도착하자마자 출근하는 강행군이었다. 비행기는 예상 외로 텅텅 비어 있어 친구와 나는 편하게 누워서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 캄보디아 인접 국경인 아란으로 가는 미니밴에 올랐다. 미니밴은 3시간 30분을 달려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서 비자 및 입·출국 수속을 하는데 약 1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그리고 캄보디아 국경인 포이벳에 들어섰다. 어김없이 택시 호객꾼이 우리 옆에 찰싹 달라붙어 가격 흥정을 해왔다. 30달러라는 가격에 너무 비싸다며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더 나가면 택시 기사들이 서로 태우려고 가격 경쟁을 하다 결국 자기네들끼리 가격을 낮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25달러에 태워주겠다는 한 택시 기사와 20달러에 타겠다는 우리의 줄다리기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자꾸 경찰 오토바이가 우리 뒤를 졸졸 따라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다지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여행을 오기 전, '캄보디아 경찰은 부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택시 기사는 경찰에게 5달러를 떼어줘야 하기 때문에 25달러를 받아야만 한다고 했다.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20달러에 가겠다고 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다른 택시 기사가 20달러에 태워주겠다고 하며 더 깨끗하고 좋은 차를 끌고 왔다.

그러자 기존에 흥정해왔던 택시 기사가 20달러에 태워주겠다고 했다. 물론 뒤에 온 차가 더 좋고 기사도 인상이 좋아 보였지만 상도라는 게 있지. 그래서 그냥 처음에 왔던 차를 20달러에 타고 가기로 했다.

친구는 가는 동안 경찰에게 준 5달러에 대해 택시 기사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아주 부패했으며 그 5달러를 주지 않으면 영업을 못하게 한다든지 경찰서에 데리고 가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금을 100달러씩 매긴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시민들의 주머닛돈이나 챙기는 한심한 존재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그것도 너무 당당하게.

우리는 가는 2시간 내내 경찰과 택시 기사가 가지고 있다는 '뚝뚝이'(오토바이를 개조한 일종의 택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기사는 좋은 숙소가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라며 홍보를 해댔다. 그래서 시엠립에 도착했을 땐, 택시 기사가 소개해 준 숙소와 뚝뚝이를 이용했다.

이전에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죄다 장사꾼으로 봤다. 웬만해서는 그들이 소개하고 추가로 하자고 하는 것들은 안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생각을 달리 먹게 되었다. 도와주는 것도 싫고 손해만 본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내가 얻는 것도 많고 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나도 그들을 장사꾼으로만 보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나를 등쳐먹기 좋은 돈 많은 관광객이 아닌 가난한 백패커(배낭여행객)로 보아주길 바라본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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