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강재산 창원 합성1구역 재개발 반대 비대위원장

강재산(63·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사진) 씨는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다. 그는 지금 '합성1 구역 재개발 반대 비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갑자기 주민들을 규합해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연을 들어봤다. 동네 어귀인 '덕재 굴다리' 밑에서 막걸리라도 한 되 받아놓고 이야기를 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 건 인터뷰가 다 끝난 후였다.

"처음 재개발 시작할 때도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말렸지. 그런데 추진이 되더라고.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동네를 위해 한 번 일들 해보라고 생각했지. 아파트에 입주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협조도 좀 했고. 그런데 그기 아이였던 기라. 감정가를 보니 얼척이 없더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재개발이 아니었단 말이지. 나도 감정가 나오기 전에 몰랐던 기라. 자고 나면 아파트 서 있을 줄만 알았지. 참.

   

내가 진전(마산합포구)에서 살다가 해병대 제대 후 결혼하고 산호동에서 운수업을 시작했는데, 그때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차를 댈 데가 없는기라. 그래서 여기로 이사 왔지. 그때 단층 주택을 1억 2000인가 주고 샀어. 철길이 바로 앞에 있어서 싼 맛에 들어왔지. 살면서 2층을 올렸고, 동네 길도 넓어지고 살기가 좋아지더라고. 그런데 지금 감정가는 30년 전 1층 주택 가치도 안 되는 기라. 어느 정도만 됐어도 동참했을 긴데……. 감정가대로라면 이 동네 집값은 개 값도 안 되는 기라. 하기사 요즘 개 값이야 오른다더만. 허허.

한 달 동안 몸무게가 4킬로그램 빠졌다. 너무 피곤하다. 할매들은 여기 찾아와서 재개발하면 죽을 끼라 하고 밥도 못 묵겠다고 하니, 내가 자리를 비울 수가 있나. 처음 내가 집회신고를 내고 청약 철회서를 받고 조합해산동의서 받을 때는 호응이 좋더라. 만약 그때 안 나섰으면 아마 지금쯤 공사가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박스 줍는 할매들 몇몇이 돌아다니면서 돈을 거두더라. 200만 원이 바로 모였다. 100만 원은 은행에 넣어 놓고, 컨테이너로 사무실 만들고, 동네 다니면서 안 쓰는 컴퓨터, 냉장고, 선풍기 들고 와서 사무실을 만든 기라. 그래도 지금 현금 40만∼50만 원이 있어서 운영은 문제없겠는데,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서, 걱정이긴 걱정이다.

내가 컴퓨터를 아나? 뭘 하겠노. 그래도 자판 두들기면서 글도 쓰고, 해산동의서 들어오면 또 정리해야 되고 바쁘다. 처음에는 호응이 많더니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고생이다. 젊은 사람들은 다 직장에 돈 벌러 다 안가나. 그렇다고 경리 직원을 쓰겠나.

중립 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조합 측의 회유를 받았는지 어땠는지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것 같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런데다 컨테이너 사무실이 불법이라고 구청 공무원이 찾아와서 나한테 욕을 하고 난리를 치지 않나. 그래서 또 얼마 전에 내하고 또 한바탕 안 싸웠나.

동네 주민들을 위한 일인데 그러면 안 되지. 어떻게 보면 내가 재개발 조합장 일을 대신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조합장이 시공사하고 싸워서 감정가를 올리든지, 감정가가 낮으면 사업을 때려치우든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말이지.

도청에도 주민들 사정을 좀 살펴달라고 진정을 넣었더니, 창원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공문이 왔네. 도청이고 시청이고 마산에 오는 것보다 주민들부터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기다. 공무원들도 주민들부터 살리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 일 터지고 이리저리 법 공부를 해보니까, 법이 참 더럽더라.

아들 둘이 다 키우고 인자 조금씩 내가 벌어서 묵고 살아야 하는데, 적금 깨고 이 일 하고 있다. 십수 년 전에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 받으면서도 사다리차로 이삿짐 나르면서 살아왔다. 그때 아파 보니 남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저나 조금 있으면 서울에 사는 손녀 돌이라서 서울에는 가야 될 것 같은데,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사무실에서 방송이 안 나가면 할매들이 뭔 일 있나 하고 걱정할 긴데, 참 답답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