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노리는 약장수들그들은 아직 건재했다
우리 신 여사, 노인들 주머니 터는 약장수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또 하나 터뜨리고 말았다.
딸들이 하도 난리를 치니 꼭꼭 숨겨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최근 믹서기 고장 났다고 새로 하나 사야겠다고 말하기에, 그런갑다 했는데 숨겨둔 그 물건을 은근슬쩍 내놓으려고 그랬나 보다.
어제 퇴근 후 집으로 가니 수제 두부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고 이기 머꼬 두부네 어데서 났소?"
"내가 만들었다 아이가."
"아니 뭐로? 간수가 있었나?"
"그럼 간수 있었지."
미심쩍은 눈으로 슬쩍 신 여사를 보면서 은근슬쩍 물었다.
"근데 믹서기 고장 났담서 어찌 콩을 갈았데."
"있다 휴롬!"
"휴롬! 샀나? 오데 보자."
"보기는 뭘, 두부나 무라."
엔가이 찡찡거리는 막내는 벌써 도끼눈으로 신 여사 흘겨보며 앙종거릴 준비를 하는 것이 포착되어 차단을 시키고, 모른 체 다시 물었다.
"어데서???"
"…."
그냥 방으로 들어가는 신 여사, 동생이 슬쩍 불었다.
"거기서(약장수에게서) 산 거란다. 우리가 머라고 할까봐 보따리에 숨겨뒀더라."
"아니 도대체 얼마나 산거야."
"이기 마지막이란다. 29만 원 줬단다. 휴롬."
"휴롬?"
"믹서기 고장났다 해서 백화점 간 김에 하나 사자 했더니 말을 자꾸 돌리기에 물었더니 사둔 게 있다 해서 집에 와서 보니 저짝 구석에 보따리로 싸 숨겨뒀더라. 아마 그 약장수한테서 산 것 같은데 풀어보니 할매는 휴롬 샀다고 의기양양하던데 휴롬은커녕 짝퉁이더라. 휴롬 소이골드원액기가 아이고 그냥 소이골드원액기라고 적혔더라. 나쁜 놈들."
"아이구야!! 또 뭘 숨겨뒀을까 궁금하네 신 여사."
짝퉁을 진짜처럼 비싸게 팔아먹는 그놈들은 아직도 영업을 계속 하고 있었다.
39만 원 가짜 라텍스 배게.
29만 원 짝퉁 휴롬.
/하늘위땅(오유림여사의 제3의 활동·http://blog.daum.net/ahs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