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 마창 대결구도 가능성 크다…행정체제 개편물 건너갔다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르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 마산·창원·진해시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을 제치고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뽑힌 홍준표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되면 '경남 도청 청사를 마산으로 옮기겠다'한 공약에 맞불을 놓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마산·창원·진해의 통합을 줄기차게 반대하였고, 2014년 지방선거 이전에 마산·창원·진해 분리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온 터라 권영길 후보의 주장이 생뚱맞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선 권영길 전 의원이 2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창원시를 옛 마산·창원·진해로 다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사실 지난 4·11 총선 당시 진해에서 야권연대가 제대로 되어 새누리당 후보 대신 야권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면, 권영길 후보가 아니더라도 '마창진 분리' 문제가 쟁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산·창원·진해 분리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은 권영길 후보가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약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여러 가지 객관적 조건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과욕을 부리며 추진하였던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활동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을 통합 창원시 규모의 70개 기초자치단체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은 더는 추진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행정체제개편의 흐름에서 보면 통합 창원시는 '낙동강 오리 알'이 된 셈입니다. 통합 창원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3개 시를 통합하면, 2014년까지 전국의 행정체제가 창원시처럼 개편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예상은 완전히 어긋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정국에서 최소한 야권 후보들은 지방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대통령이 과욕을 부리며 추진하던 기초의회 해체, 기초단체장 임명을 골자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 임기 동안 억지로 성사시킨 행정구역 개편(통합)은 사실상 마산·창원·진해 통합이 유일합니다. 4대 강 사업을 비롯하여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워낙 많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마산·창원·진해 통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민자치, 분권, 직접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정구역 통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즉시 원상복구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창원·진해를 분리하여 마산시장, 창원시장, 진해시장을 각각 선출하고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둘째, 지난 7월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가 통합 창원시 출범 2주년을 맞아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마산·창원·진해 시민 누구도 행정구역 통합에 대하여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는 사이좋은 이웃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만들고 있고, 시민들은 제각각 통합으로 말미암아 자기 지역(주민)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통합이 이루어진 이후 박완수 창원시장이 창원지역 시의원들,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옛 창원 중심의 정책 추진을 보면 행정구역 통합이 지속하여도 지역 화합과 균형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셋째, 마창진 통합을 유지한 채로 2014년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창원시장 선거는 마산과 창원의 지역대결이 될 것이 뻔합니다. 마산과 창원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각각 출마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시청사 위치를 비롯한 각종 개발 정책과 관련하여 출신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아마 영호남의 지역 갈등보다 훨씬 더 심각한 마산 대 창원의 지역 구도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시장 선거는 자기 지역의 땅값, 집값, 아파트값이 바뀌는 선거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합리적인 정책이나 공약은 실종될 가능성이 큽니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되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난 총선 출마하였던 국회의원 후보들 그리고 당선된 분들이 시청사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견해를 밝혔는지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이른바 진보진영 후보였던 분들은 시청사를 지키겠다고 '삼보일배'를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또 시청사 위치 선정 문제가 시의회에서 논의되었을 때,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였던 장면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 싸움판이 2014년 선거에서 통합 창원시를 뒤흔들게 될 것입니다. 시장후보뿐만 아니라 시의원 후보들까지 큰 싸움판을 벌이게 되겠지요.

그전에 시청사 위치가 결정되면(2012년 연말까지) 더는 시청사 문제로 말미암은 갈등은 없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박완수 창원시장이 도지사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이후 시청사 위치 결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2012년 연말 안에 시청사 위치가 결정되어도 마산이나 진해로 결정되지 않으면 2014년 선거에서 또다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사를 현재의 임시청사로 결정하면 두고두고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명칭은 창원시, 시청사는 마산이나 진해로 한다'는 약속이 끝없는 논란의 진원지이기 때문입니다.

혹 시청사 위치가 진해나 마산으로 결정되더라도 창원 지역을 기반으로 출마하는 후보가 시청사 위치를 다시 거론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014년 선거 때까지 시청사 이전이 완료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재검토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설마 하시는 분들은 홍준표 후보가 멀쩡한 도청이전도 공약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시기적으로 봐도 권영길 후보가 지금 마산·창원·진해 분리를 주장하는 것은 딱 맞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권영길 후보의 도지사 선거 본선 진출이나 도지사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제안한 일정에 맞추어 마산·창원·진해 분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http://www.ymc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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