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경기 땐 '허수아비'…베팅 땐 '프로선수'

창원지검은 9일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를 통해 "소문만 무성하던 K리그 승부 조작 비리 실태를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수사 의의를 설명했다. 검찰은 또 이번 수사로 전주-브로커-선수들이 연계된 토토복권을 이용한 승부조작 구조를 밝혀내 제도 개선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에서 어떻게 졌나 = 검찰은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대전시티즌 선수들이 일부러 경기에서 져 준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했다. 기소된 대전시티즌 선수 7명 가운데 승부조작 기여도가 큰 골키퍼·수비수·미드필더 등은 1100만 원에서 4000만 원까지 챙겼다. 반면 공격수이면서 후배선수들은 150만 원에서 60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상대팀 공격수로부터 볼을 빼앗을 수 있는데도 형식적으로 수비하는 시늉만 하는 방법을 썼다. 고의 파울로 퇴장 당하거나 다른 수비수와 조율하지 않고 독자행동으로 수비라인을 흐트러뜨리기도 했다. 공격수는 득점 기회에도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거나 골대 바깥으로 슈팅해 실수임을 가장했다. 골키퍼는 골대 근처에 서서 공격수의 슈팅을 허용했다. 이 경기에서 대전은 포항에 0-3으로 졌다.

◇거액 베팅 어떻게 했나 = 스포츠토토는 1회 베팅한도액이 1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직접 베팅을 하지 않고 전국의 복권방 10여 곳에 수수료를 주고 2000만~3000만 원씩 나눠 맡긴 뒤 10만 원 이하로 금액을 바꿔가며 연속 베팅을 하게 했다. 브로커들은 이런 방법으로 4월 6일 러시앤캐시컵 2경기에 1억 9000만 원을 베팅해 6억 2000여만 원의 배당금을 타냈다.

검찰은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성인이면 누구나 사실상 제한없이 스포츠토토를 살 수 있는 현재의 무기명 증권식 발매구조가 이 같은 불법을 조장한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선수들도 승부조작 경기에 베팅 = 검찰은 이날 대전시티즌 선수 중 1명으로부터 대전-포항경기에서 대전이 질 것이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포항 출신 김정겸(35) 선수도 불구속기소했다. 김 선수는 자신의 돈 1000만 원을 친척을 통해 베팅해 2800만원을 챙겼다. 김 선수에게 승부조작 사실을 흘린 대전시티즌 선수 1명 역시 승부조작에 참여하고 자신도 스포츠토토에 1600만 원을 베팅해 2820만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승부조작이 추가 확인된 K리그 정규리그 등 3개 경기를 수사하는 한편 "축구계의 자정노력이 진행 중이므로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을 통해 자수하는 선수들에 대해 최대한 선처해 프로축구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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