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민주묘지 방명록에 남긴 글 되짚기
총선 '낙동강 벨트'민주주의 보루되길

'민주주의를 지켜낸 3.15의거 정신을 본받아, 좋은 정치 하겠습니다.'

지난 1월 10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립3.15민주묘지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그는 이날 창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전 3.15민주묘지에 들러 참배했다. 최형두 도당위원장과 윤한홍·강기윤·김영선 등 창원 5개 선거구 현역 국회의원 중 이달곤 의원을 뺀 4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본받고자 한 3.15의거 정신은 뭘까? 함께한 창원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역사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었을까? 삐딱한 의문은 한 달 뒤 또 다른 의문으로 이어졌다.

지난 12일 한 위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 생애를 다룬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봤다는 기사가 보수 언론에서 쏟아졌다. 영화 속에 한 위원장이 등장한다더니(내가 직접 확인해볼 마음은 없다) 관람 후 언론 인터뷰 모습에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최형두 의원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3.15 부정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공7 과3의 평가 이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라며 영화 관람을 독려했다. 김영선 의원도 "진정 국민을 생각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바로 알고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SNS에 관람 후기를 올렸다.

자기모순에 빠진 게 아닌지 그들에게 다시 묻고 싶어진다. 1960년 3월 15일 마산에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희생된 민주열사들과 유족에게 '과'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나? 헌법 전문에도 그 민주이념이 새겨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의거 아닌가? '협작 선거 물리쳐라'며 피 흘리며 저항한 마산시민은 자유·민주·정의를 부르짖었다. 현 정부·여당에 좋은 정치는 뭔가? 공정하지 않은 나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나? 3.15의거가 일어난 4대 대통령선거에서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 유명한 정치 슬로건을 떠올리게 된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1956년 3대 대선에서 민심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민주당 구호다. 진보당은 '이번에도 못 바꾸면 4년 다시 더 못산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이승만의 정권 유지 과욕은 부정선거로 이어졌고, 결국 3.15의거와 4.19혁명의 심판을 받게 됐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시대라지만 독재 정권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반세기 이상 일궈온 민주주의가 쉽게 후퇴하리라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옛 선거구호가 절실하게 와닿는 요즘이다. 4.10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가 여야 승부처로 꼽힌다. 여당의 중진 차출론으로 돌려막기 공천한 영향이다. 지역 대표성을 무시하고 내리꽂고 싶은 자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행보와 명분이 초라하다 못해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다. 김해·양산이 험지일지 보루일지 알 수 없다. 다만, 3.15의거 정신이 민주성지 창원을 비롯해 낙동강을 따라 두텁게 유구히 흐르길 바랄 뿐이다.

/정봉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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