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예비후보 거침없는 행보 주목
상식 있는 유권자가 갑 되는 총선으로

22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자들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게임의 룰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은 감감한데, 정치권은 이합집산에 바쁜 모양새다.

경남에서는 10일 오후 7시 현재 16개 선거구에 69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힘 45명, 정의당 1명, 진보당 6명, 자유통일당 2명이다. 지역구별로는 김해 을이 8명으로 가장 많고, 창원 의창 7명 순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창원 의창 선거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횟집 수조 물을 떠 마시는 촌극을 벌인 김영선(국민의힘) 의원 지역구다. 5선으로 당 비상대책위가 예고한 영남권 중진 물갈이론 대상자이면서,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에 올라있다. 그래서일까.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의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후보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김 검사는 지난 3일 국힘 입당, 6일 출판기념회에 이어 9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공직선거법상 공직자 출마 시한(11일)을 이틀 앞두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검사의 행보가 일사천리다. 그는 예비후보 등록 후 기자회견에서 "출마 결심을 12월 이후에 했고, (28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석 즈음 선거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져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로부터 '검사장 경고'를 받은 것에 대한 해명이다. '12월 출마 결심'을 강조하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이 검찰 출신 '법꾸라지'들을 연상케 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추가 감찰을 지시했지만, 여론 면피용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검찰 공화국' 아닌가.

김 검사의 예비후보 등록이 전격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또 다른 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이튿날인 10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려고 창원에 왔기 때문이다. 입당한 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때 같이 근무했던 검찰 후배가 총선 예비후보자로서 공천을 쥐락펴락할 비대위원장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좋은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김 검사의 이날 행사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확인되지 않고, 따로 만났다는 설만 나돌았다.

김 검사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혜경(진보당) 예비후보는 "수십 년 지역을 떠난 사람을 검사라는 이유로 출마시키는 것은 지역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선 무시"라고 국힘을 비판했다. 정 예비후보가 펴낸 시집 <을들의 노래> 중 '갑론을박'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갑이 말하고 을이 반박하는 세상이 아닌, 갑은 입이 점점 더 커지고 을은 귀를 더 키워야 하는 갑언을청 시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가 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야, 팽배해진 정치 혐오를 꺾을 수 있다.

/정봉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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