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소위 잘나가는 지역신문사에는 모두 ‘민원실’이 있더라는 리포트를 본 적이 있다. 관공서에만 있는 줄로 알았던 민원실이 신문사에도 있다고? 다소 의외였지만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의 개념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우리도 민원실이라는 공간과 인력만 없다 뿐이지 ‘객관적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현안에 직접 개입하는 공공저널리즘을 실천해왔다. 최근 법무부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식물인간 상태가 돼 있는 중국인 미등록 노동자 장슈아이 돕기 성금모금운동에 경남도민일보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런 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언론의 역할만 생각한다면 그냥 그런 사실을 보도만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신문사가 직접 나서 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공공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어떤 현안에 대해 신문사가 직접 토론회나 좌담회를 열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민원실’이라는 간판만 걸지 않았을 뿐 실제로 민원을 대행해주는 일은 지역신문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가령 오늘도 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는 한 독자의 민원을 받았다.

작년에 돌아가신 자신의 장인이 생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아직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령에 있는 한 중소기업인데, 그 회사가 지금 부도상태라는 소문도 있고 사장이 바뀐 채 계속 가동 중이라는 소문도 있으니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지 없는 지 여부를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신문사에 민원실이 있는 이유

“신문사는 심부름센터가 아니니 다른 데 가서 알아봐라”고 해버릴 수도 있지만 부탁을 해온 분이 우리 독자이고, 혹 지금은 독자가 아니지만 잠재적 독자라 생각하면 거절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독자의 민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의외의 기삿거리가 나올 수도 있다. 특종이라는 것도 뻔한 취재루트보다는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수가 많다. 이 일은 지금 노동 담당 이시우 기자가 노동부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신문사가 어차피 이렇게 민원해결 기능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한다면 아예 우리도 유럽의 신문들처럼 ‘민원실’ 간판을 달고 운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접수 가능한 민원의 유형을 미리 공지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받으면 될 것 같다.

민원실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7년 전 도민일보가 가장 먼저 제기했고 주도적으로 보도해온 ‘민간인학살’ 문제 해결이다. 그렇게 거창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피해자 신고를 대행해주자는 것이다.

7년 전 도민일보를 비롯한 몇몇 언론과 활동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다행히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제정됐고, 이 법에 따라 도·시·군청에서 민간인학살 피해자 신고를 받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대통령 직속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권을 발동해 진상규명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민간인 학살 문제 함께 해결했으면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신고를 하러 와도 제대로 안내해 줄만한 전문인력이 없다. 공무원 중에서 민간인학살 역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70·80대 노인이 돼버린 유족들은 행정관청에서 그런 신고를 받고 있는 지도 알 수 없고,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신고서식을 작성해 접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동안 우리가 조사해본 바로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경남이다. 그런데 지금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경남이 가장 저조하다고 한다.

과거사 청산에 기본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거의 경남을 장악하고 있어서일까? 하지만 이건 정략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도민일보가 직접 나서 그런 피해자들을 찾아내고 신고까지 대행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우리의 인력으로는 꿈에 가깝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본 게 한 시민단체와 도민일보가 파트너가 되어 이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나서 준다면 우리는 매체를 통해 적극 도울 태세가 돼 있다. 어디 그런 시민단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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