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엔 이데올로기 담겨선 안돼

현행 교과서 근현대사 부분이 이념적으로 편향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고교 교과서 개정 국민운동 선언을 하고 나선 단체가 있다.

북한민주화포럼, 뉴라이트교사연합, 자유교육포럼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갗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이 ‘친북 좌편향’적인데다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 세 단체는 정부가 얼마 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남민전사건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과거사 청산이 친북 반국가활동을 무시하거나 조작된 것으로 몰아붙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란 자라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본 지침서이며 교육의 방향을 표현하는 문서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왜곡과 굴절된 역사를 겪어 왔다. 해방 후 1946년에는 식민지시대 교과서를 그대로 발췌하거나 모방해 가르치기도 하고 군사정권은 ‘반공을 국시’로 삼아 반공이데올로기를 심어주기도 했다.

더구나 자유발행제나 검인정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정 수준의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폐쇄적인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가르쳐 왔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일종 교과서인 국정 교과서를 축소하고 검인정 교과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객관적인 내용을 담은 현대사 교과서가 등장하자 극우세력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정 지식이 가치 있다고 선별한 교과서 수준으로 국제경쟁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란 불가능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검증된 자료, 객관적인 역사를 가르쳐 주지 못하고 독재 권력이나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역사교육은 민족의 장래에 비추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의 교과서왜곡을 규탄하는 이유도 그들이 제국주의적 침략을 미화하고 과거 이웃국가에 저지른 과오를 정당화 하려 하기 때문이다.

현대사는 좌편향도 우편향도 아닌 객관적인 자료를 수록해야 하고 이데올로기가 담겨 있어서는 안 된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정권을 유지하던 독재 권력의 시혜세력들이 현대사를 극우시각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철 지난 반공이데올로기를 청소년들에게 주입하겠다는 현대사 왜곡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생각주머니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 중 ‘친북 좌편향’적인 부분은 어딘지 조사해보세요.

◇현대사를 교과서에 실을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할지 토론해 봅시다.

△ 동아일보 5월 11일 ‘나라에 침 뱉는 敎科書 찢어야 나라 장래 있다’

△ 조선일보 5월 12일 ‘지식인들, 권력의 ‘역사 다시 쓰기’에 反旗 들다’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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