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때문에 공교육 붕괴해선 안돼

영어로 강의하는 국제중학교 두 곳을 만들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 교육청은 국제중학교가 설립되면 해외 유학을 떠나려는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은 또 하나의 입시 명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에 내몰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법인 영훈학원과 대원학원이 각각 2개 학급규모의 영훈국제중학과 대원국제중학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달 설립인가를 신청해, 허가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현재 국제중학은 전국에 청심국제중학과 부산국제중학 등 2곳이 있으나 서울지역에는 없다는 이유다.

과학고는 명문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교육과정까지 바꾸어 운영하고 일부 외국어고등학교는 외국 대학 유학을 준비하기 위해 교육과정까지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2개의 국제중학 설립 때문만이 아니다. 특수목적을 위해 설립한 고등학교가 일류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기관이 됐듯이 국제중학 역시 명문 중학교 설립의 시작이기에 하는 말이다.

무한경쟁의 논리는 공교육 불신을 내세워 자사고와 영어마을을 설립하고 그것도 부족해 사립국제중학교까지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교육비가 1000만원을 상회하는 중학교를 계속 짓겠다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교육을 시작하자는 말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한 학년이 100~200명 규모의 국제중학교 두 곳이 사교육 열풍을 부른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하지만 희소성의 원칙도 모르는 소리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무너져도 좋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어교육이 중요하다면 공교육 체제 안에 영어교육을 강화해 효과적으로 영어를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학교교육으로 영어능력 향상에 모자라니까 특수목적고를 만들고 또 영어마을을 만들고 국제중학교까지 설립하겠다는 것은 영어교육을 위해서 공교육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입시교육으로 학교가 교육다운 교육을 못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국제중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입시교육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방학 때 한 달짜리 단기 연수만 보내도 수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1년에 1000만원이 드는 국제중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은 중상층 아이들 영어 교육을 위해 공교육 틀을 깨자는 말이다.

생각주머니

◇영어로 강의하는 국제중학교가 생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세요.

◇국제중학교가 자꾸 설립되면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교육도 살리고 교육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 4월9일 ‘국제중학 못 만들게 하겠다는 전교조의 僞善’

△동아일보 4월10일 ‘평등 앞세워 영어교육 가로막는 전교조’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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