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1일 금요일. 이날은 한국의 언론 역사에서 새로운 획이 하나 그어지게 될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뉴스저작권자협회’가 공식 창립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많고 많은 단체 중 하나가 더해지는 게 뭔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뉴스(news)’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주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디어재벌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뉴스는 더 이상 신문을 통해 소비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뉴스의 가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통되고 소비될 것이다.”

신문은 원칙적으로 정기구독을 신청하거나 가판대에서 사지 않으면 거기에 담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은 굳이 종이신문을 사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공짜로 뉴스를 얻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인터넷을 통한 공짜독자가 종이신문을 보는 유료독자 수를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언제까지 독자들은 이렇게 뉴스를 공짜로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한 포털 사이트 뉴스담당자는 “온라인 뉴스도 어차피 유료화될 수밖에 없다. 그 시점은 뉴스콘텐츠의 사용료 수익이 배너 광고료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올 때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인터넷 배너광고 시장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저작권’ 개념 적용

사실 매월 구독료를 내고 종이신문을 받아보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모든 기사가 공짜로 서비스된다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따라서 그건 신문사의 입장에서도 유료 구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인터넷은 무한정 복제·배포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정 기사가 이후 오보였음이 밝혀져 종이신문에선 정정보도를 낸 뒤에도 이미 한번 복제된 오보는 인터넷 세상을 아무런 제한없이 떠돌아 다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특정한 의도를 가진 누리꾼들이 작성한 ‘가짜기사’도 아무런 통제장치없이 생산·복제·배포되는 일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짜기사 때문에 오히려 진짜 언론사 기자들이 사실확인에 나서는 웃지못할 일까지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신문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책없이 ‘기술의 발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신문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의 첫 결실이 ‘한국뉴스저작권자협회’의 창립이다.

협회는 한국언론재단과 함께 소속 신문사의 뉴스콘텐츠(기사) 하나하나에 바코드와 같은 ‘COI(콘텐츠식별체계)’를 부여함으로써 오보와 가짜기사의 유포를 막고 인증받은 뉴스만을 공급함으로써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종이신문의 미래 대비해야

뿐만 아니라 협회 소속 언론은 포털에 헐값으로 팔아넘겨 스스로 뉴스가치를 하락시키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통해 무단으로 복제·유통되는 뉴스에 대해서도 엄격한 저작권 개념을 적용할 계획이다.

물론 종이신문도 무가지가 넘치는 세상에 뉴스를 반드시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무가지 형태로 ‘정론지’나 ‘퀄리티 페이퍼(quality paper)’가 존재하는 곳이 있느냐는 것이다.

역사 이래로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가장 중요한 역할로 삼아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곧 자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독자 없이 100% 광고에만 의존하는 신문이 과연 광고주인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질 높은 신문 뒤엔 질 높은 독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당장 36개사로 출발하는 협회가 하루아침에 안착하기엔 아직 무리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갖고 있다는 조·중·동도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협회 참여사는 경남도민일보가 유일하다.

다소 늦긴 했지만 창립 이후라도 미가입 신문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올바른 온라인 뉴스시장이 하루빨리 자리 잡게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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