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사극 적절 배합 깨고 비슷한 장르 배치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련하고 풋내 가득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 수요일과 목요일엔 세상사 온갖 풍파를 이겨내는 인물들을 통해 피곤했던 일주일의 피로를 풀 수 있을까? 일단 나른한 밤 10시 쯤에 TV를 켜보자.

현재 지상파 3사가 방영하고 있는 월화·수목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장르이다. 사극과 현대물의 적절한 배합을 이루던 그간의 ‘신사협정(?)’을 깨고 약간의 스타일 차이는 있지만 같은 장르의 드라마를 내세워 각 방송사간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S<굿바이 솔로>,MBC<닥터 깽>,SBS<불량가족>.
먼저 이들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부터 살펴보면, 그야말로 ‘멜로 3파전’이라 부를 수 있다.

KBS2 <봄의 왈츠(연출 윤석호)>와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연출 표민수)>, 그리고 SBS <연애시대(연출 한지승)>는 같은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동안 우리가 많이 접해온 형식의 ‘멜로물’들이다.

잘 알다시피 윤석호 PD의 <봄의 왈츠>는 <가을동화>·<겨울연가>의 뒤를 이으며 계절 연작물에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다. 빼어난 풍광과 운명적 사랑의 치명성이 겹쳐지며 자아내는 애절함으로 인해 ‘한국형 멜로의 표본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봄의 왈츠>가 ‘한국형 멜로의 표본’이라면 MBC의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내이름은 김삼순>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라 부를 수 있다. 출생의 비밀과 그로 인한 신데렐라로의 도약 등 뻔한 장치가 눈에 띄긴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설정은 이미 다 알고 있지요’라고 말하는 듯 미리 정해놓은 ‘기승전결’을 이용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재기발랄한 대사들이 등장함은 물론이다.

월·화 ‘멜로 3파전’…수·목 ‘인생역정 3파전’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SBS의 <연애시대>는 일본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색’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시청률 면에서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17%대에는 못 미치지만 ‘한국형 멜로’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봄의 왈츠>를 앞지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월화드라마의 배치 못지 않게 수목 드라마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서민들의 삶에 천착하는 노희경 작가 특유의 극 전개가 눈에 띄는 KBS2 <굿바이 솔로(연출 기민수)>와 <네멋대로 해라>의 양동근과 박성수 PD의 재결합으로 눈길을 끈 MBC < Dr.깽(연출 방성수)>, 그리고 ‘이순신’에서 ‘건달’로의 연기변신에 성공한 김명민 주연의 SBS <불량가족(연출 유인식)>은 범람하는 ‘가족 중심 이야기’이라는 틀에서 한걸음씩 비켜나 있는 작품들이다. <불량가족>이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긴 하지만 이미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들 가족은 ‘짝퉁’이다.

이들 수목드라마에 멜로적 요소가 가미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정통 멜로극’이라 부르기엔 2% 부족한 점들이 있다. 대신 선 굵은 인물들의 ‘인생역정’이 이들 드라마들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물론 코믹하게 접근하느냐 비장하게 그리느냐의 차이점은 있긴 하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 같은 장르라는 보기 어려운 ‘시추에이션’을 보이고 있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월화·수목 드라마’. 시청률 황금분할을 이룰 지 어느 한 곳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지는 아직은 미지수. 현재 스코어는 KBS는 두 드라마 모두 3위권이고 MBC와 SBS가 1·2위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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