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판단력 높이기 위한 ‘권장 사항’

전교조가 개학과 동시에 계기수업을 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2일 최대의 입법 현안인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학생들에게 객관적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오는 11일까지 중학교 3학년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계기수업을 한다고 밝혀 보수언론이 반발하고 있다.

▲ 전교조는 독도지키기 공동수업 등 사회쟁점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계기수업을 해왔다.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비정규직법안은 지난 2004년 11월 발의된 이래 지금까지 상정조차 못하다가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노동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전교조가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계기수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계기수업이란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정칟사회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주제나 사건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별도로 실시하는 수업이다. 전교조가 시행하겠다는 계기수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롯해 APEC 바로 알기, 6·15 남북공동선언수업, 우리 땅 독도 지키기 공동수업 등 사회적 쟁점이 되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계기수업을 계속 해왔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쟁점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가치 판단력을 길러주는 계기교육이야말로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 훌륭한 가치관교육이다. 이러한 계기교육을 두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떤 현안에 대해서는 계기수업을 해도 좋고, 어떤 현안에 대해서는 계기수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은 독선이요, 억지다.

전교조가 스스로 밝혔듯이 이번 비정규직관련법안 계기수업은 ‘무엇이 쟁점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고, 시사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지 편향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이 아니다.

대학이 최근 논술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학원이나 학교가 계기수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전교조가 시행하겠다는 비정규직법안만 해도 그렇다.

자본이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특정입장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신문사설 자료를 제시한 후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전교조의 계기수업이다.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는 중요한 현안을 객관적으로 이해시키려는 계기교육이야말로 가치혼란시대에 학교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 삼일절이나 4·19와 같은 계기교육은 괜찮고 비정규직법안과 관련된 계기교육은 안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학교가 지식주입식 입시교육으로 인성교육이나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의 계기교육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 문화일보 3월3일자 ‘전교조의 편향 계기수업은 교육폭력이다’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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