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파행, 누가 책임질건가

‘2008학년도부터 내신 중심 선발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교육부방침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이 본고사나 다름없는 논술을 출제해 말썽이 되고 있다.

2006학년도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이 대입 논술고사 및 인성·적성 검사에 대한 교육부심사에서 절반 정도가 본고사형이거나, 그럴 위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대학이 교육부의 논술방침을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학년도에도 일부대학이 본고사형 논술을 출제했지만 교육부가 크게 문제 삼지 않았으며, 2006학년도 대학입학 2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도 10개 대학이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위반했지만 개선경고로 그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방침을 지킨 대학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대학이 끈질기게 본고사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대학이 선발하겠다는 우수학생의 기준이 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고려한 능력이 아니라 국·영·수 문제를 암기한 지식의 양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본고사나 다름없는 논술의 출제는 초중고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초·중등학교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기관이 아니라 각급학교 나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이 무시되고 일류대학 입학자 수로 일류고등학교 서열을 만드는 현실을 두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교육부는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월성만 강조하고 있다.

논술이란 가치혼란의 시대에 청소년들이 자기생각을 갖게 하자는 교육이다. 이러한 논술이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한다는 이유로 난이도를 높여 사실상의 본고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말로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 중심 선발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하지만 올해(2007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의 학교생활기록부 실질 반영비율은 2.28~11.7%에 불과한 실정이다.

논술이라는 이름의 대학 본고사 부활은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균등을 실현해야 할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육 경쟁력을 높인다는 미명으로 수월성를 추구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수준별 반편성이 그렇고 교육개방이며 우수교 설립 등 하나같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교육부나 대학이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개성과 소질을 고려한 여러 줄 세우기로 바꿔야 한다.

△한겨레신문 2월21일자‘교육부,공교육 정상화 포기하려는갗

△문화일보 2월22일자‘논술 출제까지 간섭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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