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개방으로 약소국 황폐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놓고 힘겨루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NGO의 97%, 노조지도자의 92%, 농민의 53%가 FT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개방만이 살길이라며 세계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FTA가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 때문에 못 가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자’고 말해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일류로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시각을 두고 자본 쪽에서는 ‘개방과 시장경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 길’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농민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우리의 시장 개방성을 쇄국 수준으로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FTA협정이란 ‘해당국간 교역을 저해하는 모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두 나라가 서로 시장을 개방하자’는 것이다.

FTA협정에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내릴 뿐만 아니라, 각종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서비스 시장개방, 정부조달시장 상호참여와 같은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00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50개의 지역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현재 한-미 FTA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

FTA협상만큼 범세계적인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협정도 없지만 이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변함이 없어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FTA를 보는 관점도 극과 극이다. FTA는 시대적인 대세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서구의 선진화된 과학기술을 수출하고 수익을 얻음으로써 완벽한 착취-피착취관계가 형성’된다며 반대하는 관점도 만만찮다.

국제거래란 당사국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국간의 경제 발전 단계가 비슷하고 서로 규모 또한 비슷할 경우 국제간의 거래란 의미 있는 협정이 가능하다.

FTA의 경우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 증대, 그로 인한 고용 창출 및 내수 활성화, 금융 및 각종 서비스의 세계화, 시장 선점 효과 등이 창출됨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공정하지 못한 경쟁에 있다. 자국의 유치산업보호가 없는 무차별개방이란 약소국에 대한 경제침탈에 다름 아니다. 세계 NGO들이 FTA를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간 산업격차가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농산물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개방은 강대국의 침탈에서 살아남을 길이 없다.

사회 안전망의 구축과 인프라산업의 개발 없는 개방이란 약소국의 생존은 보장받지 못한다. 평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세계 분업구조의 경제체제가 마련되지 않는 무차별개방은 약소국 산업의 황폐화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 1월27일자 ‘한-칠레 FTA 협상에 대통령 리더십’

△문화일보 2월3일자 ‘한미FTA 백년대계 차원으로’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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