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문화, 흥정 대상 아니다

국내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상영관에서 국산영화를 연간 146일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토록 한 제도가 스크린쿼터다.

정부는 이러한 스크린쿼터제를 146일에서 절반으로 줄여 73일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한미FTA협정의 체결을 위해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내 영화산업도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등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었으므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우리가 입을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스크린쿼터 축소는 문화주권 내지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나라의 문화가 경제적인 흥정의 대상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어나 문자는 물론 연극영화와 같은 예술에 이르기까지 문화란 그 사회구성원들의 정서와 애환이 담겨 있다. 문화를 돈으로 환산해 손익이라는 자본주의 논리로 풀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교육시장 개방을 앞두고 영어몰입교육까지를 포함한 개방을 대세라고 보는 분위기도 이러한 신자유주의 논리다. 우리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역사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어떻게 민족의 정체성을 살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한미 FTA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협상의 정지작업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은 문화주권의 포기와 같다.

교육개방을 비롯해 문화주권까지 포기하고 얻어내겠다는 FTA협정의 이익은 과연 경제적인 이익이 되기나 하는가? 백번 양보해 한미 FTA 협정결과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우리 농산물을 포기하고 우리교육을 포기하고 또 영화산업까지 외국인들의 손에 맡긴다는 것은 경제논리로 민족문화의 가치를 계산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주권과 식량주권 그리고 문화주권을 돈으로 계산해 이익이 되면 안방까지 내놓겠다는 것은 문화민족으로서 자세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자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정의나 윤리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의 가치관이나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화산업의 국내 진출을 무차별 허용하는 것은 문화정책의 포기다.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앞서 영화산업관계자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 문화부터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 안성기 공동위원장이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한겨레 2월2일자 ‘한·미 자유무역협정 돌아가지 못할 외길 아니다’

△조선 1월28일자 ‘한·미 FTA 협상에 대통령 리더십 발휘해야’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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